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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개점휴업' 임종헌 재판, 무슨 일이?…검찰은 '3차 기소' 검토

중앙일보

입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무기한 연기됐다. 30일과 31일 예정돼 있던 재판은 물론 설 연휴 이후 ‘주 4일 재판’ 일정에 따라 잡혔던 재판들도 모두 기약 없이 미뤄졌다. 임 전 차장은 전날(29일)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변호인들도 모두 해임했다. 임 전 차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주 4회 재판을 한다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꼭 봐야 하는 기록도 제대로 다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임종헌 "기록 검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불출석사유 밝혀 #검찰 "두 차례 소환통보에도 불응, 추가 영장 발부 계획도"

반면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3차 기소’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해 지금까지 기소한 내용 외에 추가 혐의가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임 전 차장 측이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4회 재판, 박근혜 때보다 심하다"  

임 전 차장 측은 ‘주 4회 재판’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들은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유죄의 예단을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재판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일반 형사사건은 2주에 1회 꼴로 재판이 진행되며 빠른 진행의 경우 1주에 1회 재판이 열린다. 고법의 한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1주에 2~3번 열릴 때도 판사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았다”며 “2주에 한 번도 힘든데 일주일에 네 번 재판을 진행하면 변호인은 물론 피고인도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 5월 14일에 유죄 선고 하겠다는 것"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28일 검찰 구속 후 첫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28일 검찰 구속 후 첫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럼에도 재판부가 주 4회 재판을 고집한 이유는 임 전 차장의 구속 기한 6개월 내에 1심 선고를 내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 전 차장의 구속 기간은 오는 5월 14일까지다.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불러야 할 증인도 많고 검토해야 할 기록도 많다 보니 주 4회 재판이 아니면 구속 기간 내 1심을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속 기간 내에 1심 선고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없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구속 기간 내 선고를 권장하는 이유는 구속된 피고인의 재판이 지나치게 늘어지는 것을 방지해 ‘피고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본말이 전도돼 임 전 차장의 방어권을 해치면서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법의 한 판사는 “여론 때문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건 재판부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2차 기소 기록은 열람도 못한 상태"  

변호인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아직 자신에 대한 기록물을 모두 검토하지 못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수사기록은 책으로만 274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치인 관련 재판 개입’ 혐의가 담긴 2차 기소에 대해서는 검찰로부터 기록물이 넘어오지 않아 열람조차 하지 못했다고 변호인 측은 주장했다. 임 전 차장도 이 점을 지적하며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을 좀 더 달라고 재판부에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기록 검토도 제대로 못 하고 의견서도 내지 못한 피고인과 변호인이 공판 자리에 출석만 해서 앉아 있으면 뭐 하나”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구속 상태인 임 전 차장은 변호인을 통해 수사 기록을 받았지만, 구치소 내 수사 기록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돌려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국선전담 선임되면 재판 더 밀려…"양승태와 병합해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심사를 마치고 검찰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심사를 마치고 검찰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일단 임 전 차장에 대한 재판이 무기한 연기되며 재판부가 한 발짝 물러선 모양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공판은 변호인 참여가 필수다. 이 때문에 사선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는다면 재판부 입장에서 국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밖에 없다. 한 변호사는 “국선 변호인이 선임되면 그 사람이 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재판이 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측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과 함께 병합해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공범’ 관계로 적시돼 있는 만큼 같이 재판을 해야 한다”며 “각 혐의마다 검찰 측은 많은 인력이 붙어 재판을 준비하는데 변호인 측이 분리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검찰이 변호인에 제출한 의견서에도 사건을 병합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기소가 모두 마무리된 후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이 한꺼번에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추가 혐의 발견, 3차 기소도 검토 중"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이후 임 전 차장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두차례 소환을 통보했지만 임 전 차장은 모두 조사에 불응했다고 한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지금껏 기소한 혐의 외에 추가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에 계속 불응할 경우 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연·정진호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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