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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인공강우…강수 입자 커졌지만, 비는 안 내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공강우 실험이 열린 지난 25일 기상항공기가 연소탄 발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바다 위로 기상 선박이 보인다. [기상청 제공]

인공강우 실험이 열린 지난 25일 기상항공기가 연소탄 발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바다 위로 기상 선박이 보인다. [기상청 제공]

지난 25일 서해상에서 진행된 인공강우 실험 결과, 구름 내부에서 강수 입자의 크기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실제 비가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기상청은 환경부와 합동으로 수행한 올해 첫 번째 인공강우 실험 결과를 28일 1차 발표했다.

기상청은 “기상항공기 관측 결과 구름 내부에서 강수 입자의 크기가 증가한 것이 관측됐으나, 기상 선박 및 지상 정규관측망에서 유의미한 강수 관측은 없었다”고 밝혔다.

인공강우 실험 전후의 강수입자 크기의 변화. [기상청 제공]

인공강우 실험 전후의 강수입자 크기의 변화.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기상항공기에 장착된 구름물리 측정장비로 인공강우 실험 이후 구름 내부에서 강수 입자의 크기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으나, 인공강우의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 전라남도 영광 지역의 지상 정규 관측망과 기상 선박에서는 비가 관측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다만, “강수로 관측될 수준은 아니었지만, 영광 지역에 위치한 모바일 관측 차량에서 수 분 동안 약한 안개비 현상이 있었으며, 기상 선박 주위 해상에 비를 포함한 구름이 목격돼 정밀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공강우 실험 이후 기상선박 주위 해상에서 관측된 비구름. [사진 기상청]

인공강우 실험 이후 기상선박 주위 해상에서 관측된 비구름. [사진 기상청]

“실용화까지 최소 10년 연구 필요”

인공강우 실험에 사용된 기상항공기. [사진 기상청]

인공강우 실험에 사용된 기상항공기. [사진 기상청]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5일 오전 10시부터 전남 영광 북서쪽 110㎞ 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했다.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강수 입자를 성장시킬 수 있는 구름 씨앗을 살포해 빗방울을 성장시켜 비가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돌멩이를 눈 위에 굴려 눈사람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날 인공강우 실험은 하늘의 기상항공기와 바다의 기상관측선, 육지의 모바일기상관측차량 등 육·해·공 합동작전으로 이뤄졌다. 이렇게 대규모로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기상항공기가 배에서 60km가량 바람을 거슬러 올라간 뒤 1.5㎞ 상공에서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AgI) 연소탄 24발을 터뜨리고, 구름의 발달과 강수 생성 과정을 관측했다.

또, 풍하 방향(바람이 부는 아래쪽)을 따라 바다에서는 기상관측선이, 육지에서는 모바일기상관측차량이 강수 여부 등 인공강우 실험에 따른 기상 변화를 관측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해양의 기상관측선과 내륙의 도시 대기 측정소 등에서 미세먼지를 관측하고, 저감 효과를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인공강우 실험은 지상강수 관측 여부로 단순하게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기보다는, 인공강우 물질 살포를 통해 구름 내부의 구름과 강수 입자 성장 과정을 이해해 강수량 증가를 위한 과학적인 성과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강우가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기술로 실제 활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인공강우는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한 단계”라며 “가뭄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인공강우 기술이 실용화되려면 적어도 10년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인공강우 15번 추가 실험

인공강우 실험이 열린 지난 25일 기상항공기가 연소탄 발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인공강우 실험이 열린 지난 25일 기상항공기가 연소탄 발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인공강우 및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한 상세 분석 결과는 보다 과학적인 분석과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다음 달 말에 기상청과 환경부가 합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올해 안에 15번에 걸쳐 인공강우 실험을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인공강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구름물리실험챔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구름물리실험챔버는 구름 내부 조건을 갖춘 실험실을 만들어 다양한 인공강우실험을 수행하는 장치로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서는 이미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며 “인공강우를 실용화할 수 있는 날을 앞당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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