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글로벌 금융회사 JP모건의 주하이빈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가 전망하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다. 지난해 성장률 6.6%에 이어 올해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주하이빈 JP모건 이코노미스트 #중국 6% 성장률 ‘바오류’ 시대로 #1달러=7위안선 붕괴‘포치’올 수도 #미·중 무역전쟁 조기 해소 회의적 #성장률보다 더 심각한 건 실업률 #부채 늘고 재정건전성 여력 감소 #제로금리로 기업 좀비화 땐 최악
1990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 전망치일 뿐 아니라 중국 경제가 ‘바오류(保六·성장률 6%)’ 시대로 접어든다는 의미다.
올해 세계경제 화두 중 하나는 중국 경제 둔화다. 최근 JP모건 홍콩사무소에서, 다시 이메일로 주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인터뷰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선정한 ‘중국 경제 전망 적중률이 높은 이코노미스트 20인’ 중 한명이다. 그는 “올해 중국 경제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정책의 후퇴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률 하락보다 실업률을 걱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성장률 6.2% 전망의 근거는.
- “중국 정부가 재정 부양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위안화 평가절하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무역전쟁의 충격을 상쇄하기는 어렵다. 중국 정부 역시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 6.5%에서 올해 6~6.5% 구간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하강 속도를 줄여 연착륙하는 것이 목표다.”
-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인데.
- “중국 정부는 편안하게 생각한다. 6%는 글로벌 기준으로는 탄탄한 숫자다. 중국 경제 규모는 13조 달러에 달한다. 6% 성장하면 7000억~8000억 달러 규모 경제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터키·아르헨티나보다 큰 규모다. 10년 전만 해도 ‘매직 넘버’가 존재했다. 최소 8% 성장해야 새 일자리 900만 개를 만들 수 있다는 식이다. 안정적인 고용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이었다.”
- 지금은.
- “2011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되면서 수식이 바뀌었다. 이젠 6~6.5% 성장률로도 감내할 수 있다는 게 새로운 사고방식이다. 제조업보다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부문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한 이유다.”
- 리더십에는 위기 아닌가.
- “하락 속도가 빨라 다른 뇌관을 건드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는 실업률 상승이다. 무역이 급감하면 제조업 실업률이 증가할 수 있다. 고용의 80%를 담당하는 민간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 제조업과 민간 중소기업이 동시에 감원하면 큰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경제 피해는.
- “지난해에는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 11월 이전까지 수출은 시장 기대치를 넘었다. 유럽·일본 등 세계 각지로 수출이 잘 됐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수출을 견인했다.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그친다.”
- 피해는 언제쯤 본격적으로 나타날까.
- “올해부터 무역전쟁의 충격이 가시화될 것이다. 무역량 감소는 올 1분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대미 수출은 2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출·수입 감소가 국내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진입할 것이다.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중국 성장률은 1%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
- 무역전쟁 종전 시나리오를 써본다면.
- “미·중 갈등은 무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기술,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 접근, 중국제조 2025, 산업 보조금, 지정학적 대치까지, 쉽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추가 양보할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정도 양보로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까. 양국은 견해차를 줄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나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최근 몇 개월 새 부분 합의 가능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간극이 크다.”
- 통화정책은 어떻게 바뀔까.
- “중국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꾸준히 낮춰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다. 문제는 부채 수준이다. 올해 부채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 디레버리징은 계속될까.
- “디레버리징은 2016년 말 이후 정책 최우선 순위에 있다. 올해는 경제성장에 대한 압박이 커진 만큼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다. 하지만 다소 완화될 수는 있어도 전면 수정되긴 어려울 것이다.”
- 중국 정부가 직접 대출을 독려하는데.
- “궈슈칭 중국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공개적으로 민간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은행에 요구하고 있다. 큰 은행은 신규 대출의 3분의 1, 작은 은행은 3분의 2를 민간기업에 해주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됐다. 대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현실과 타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 주식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 실제로 정부가 디레버리징 노력을 멈출까.
-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부채가 다시 고속으로 증가하고 재정 건전성을 추진할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도록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구조 개혁 없이 제로 금리가 되면 국유기업은 좀비화하고 경제는 타격을 입을 것이다. 국유기업과 비교하면 민간기업은 자금조달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치지 않은 채 민간기업에 더 많이, 낮은 비용으로 대출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문제다. 정책 의도는 선하지만,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다.”
- 무역전쟁 방어에 위안화 카드를 꺼낼까.
- “재정 부양책이 운전석을 차지하고 통화 정책은 보조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위안화를 얼마나 평가절하하느냐는 딜레마다. 성장률 둔화, 낮은 금리, 줄어든 경상수지 흑자 등 경제 펀더멘털은 위안화 약세를 가리키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유연한 조치를 허용할 분위기다.”
- 달러당 7위안 방어선이 무너질까.
- “위안화 가치 급락은 없을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미·중 협상을 꼬이게 해 미국이 더 높은 관세를 때릴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달러=7위안’은 중국 정부가 관리해 온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중앙은행과 고위 관료들은 최근 이 등식에 대한 민감도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등식을 깨는 ‘포치(破七)’를 테스트해 볼 것이다. 환율이 7.05 위안과 6.95위안 사이를 몇 차례 오르내리면 ‘7’이 그리 중요한 숫자가 아니라는 걸 시장이 인식하게 될 것이다.”
◆주하이빈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결제은행(BIS)을 거쳐 2011년부터 JP모건에서 중국 경제 분석을 책임지고 있다.
홍콩=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