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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올해 성장률 6.2%로 하락…최악 시나리오는 따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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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모습.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6.6%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모습.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6.6%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6.2%’. 글로벌 금융회사 JP모건의 주하이빈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가 전망하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다. 지난해 성장률 6.6%에 이어 올해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주하이빈 JP모건 이코노미스트 #중국 6% 성장률 ‘바오류’ 시대로 #1달러=7위안선 붕괴‘포치’올 수도 #미·중 무역전쟁 조기 해소 회의적 #성장률보다 더 심각한 건 실업률 #부채 늘고 재정건전성 여력 감소 #제로금리로 기업 좀비화 땐 최악

1990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 전망치일 뿐 아니라 중국 경제가 ‘바오류(保六·성장률 6%)’ 시대로 접어든다는 의미다.

올해 세계경제 화두 중 하나는 중국 경제 둔화다. 최근 JP모건 홍콩사무소에서, 다시 이메일로 주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인터뷰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선정한 ‘중국 경제 전망 적중률이 높은 이코노미스트 20인’ 중 한명이다. 그는 “올해 중국 경제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정책의 후퇴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률 하락보다 실업률을 걱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하이빈

주하이빈

성장률 6.2% 전망의 근거는.
“중국 정부가 재정 부양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위안화 평가절하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무역전쟁의 충격을 상쇄하기는 어렵다. 중국 정부 역시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 6.5%에서 올해 6~6.5% 구간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하강 속도를 줄여 연착륙하는 것이 목표다.”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인데.
“중국 정부는 편안하게 생각한다. 6%는 글로벌 기준으로는 탄탄한 숫자다. 중국 경제 규모는 13조 달러에 달한다. 6% 성장하면 7000억~8000억 달러 규모 경제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터키·아르헨티나보다 큰 규모다. 10년 전만 해도 ‘매직 넘버’가 존재했다. 최소 8% 성장해야 새 일자리 900만 개를 만들 수 있다는 식이다. 안정적인 고용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이었다.”
지금은.
“2011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되면서 수식이 바뀌었다. 이젠 6~6.5% 성장률로도 감내할 수 있다는 게 새로운 사고방식이다. 제조업보다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부문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한 이유다.”
리더십에는 위기 아닌가.
“하락 속도가 빨라 다른 뇌관을 건드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는 실업률 상승이다. 무역이 급감하면 제조업 실업률이 증가할 수 있다. 고용의 80%를 담당하는 민간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 제조업과 민간 중소기업이 동시에 감원하면 큰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경제 피해는.
“지난해에는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 11월 이전까지 수출은 시장 기대치를 넘었다. 유럽·일본 등 세계 각지로 수출이 잘 됐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수출을 견인했다.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그친다.”
피해는 언제쯤 본격적으로 나타날까.
“올해부터 무역전쟁의 충격이 가시화될 것이다. 무역량 감소는 올 1분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대미 수출은 2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출·수입 감소가 국내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진입할 것이다.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중국 성장률은 1%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
무역전쟁 종전 시나리오를 써본다면.
“미·중 갈등은 무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기술,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 접근, 중국제조 2025, 산업 보조금, 지정학적 대치까지, 쉽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추가 양보할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정도 양보로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까. 양국은 견해차를 줄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나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최근 몇 개월 새 부분 합의 가능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간극이 크다.”
통화정책은 어떻게 바뀔까.
“중국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꾸준히 낮춰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다. 문제는 부채 수준이다. 올해 부채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레버리징은 계속될까.
“디레버리징은 2016년 말 이후 정책 최우선 순위에 있다. 올해는 경제성장에 대한 압박이 커진 만큼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다. 하지만 다소 완화될 수는 있어도 전면 수정되긴 어려울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직접 대출을 독려하는데.
“궈슈칭 중국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공개적으로 민간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은행에 요구하고 있다. 큰 은행은 신규 대출의 3분의 1, 작은 은행은 3분의 2를 민간기업에 해주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됐다. 대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현실과 타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 주식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실제로 정부가 디레버리징 노력을 멈출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부채가 다시 고속으로 증가하고 재정 건전성을 추진할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도록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구조 개혁 없이 제로 금리가 되면 국유기업은 좀비화하고 경제는 타격을 입을 것이다. 국유기업과 비교하면 민간기업은 자금조달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치지 않은 채 민간기업에 더 많이, 낮은 비용으로 대출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문제다. 정책 의도는 선하지만,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다.”
무역전쟁 방어에 위안화 카드를 꺼낼까.
“재정 부양책이 운전석을 차지하고 통화 정책은 보조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위안화를 얼마나 평가절하하느냐는 딜레마다. 성장률 둔화, 낮은 금리, 줄어든 경상수지 흑자 등 경제 펀더멘털은 위안화 약세를 가리키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유연한 조치를 허용할 분위기다.”
달러당 7위안 방어선이 무너질까.
“위안화 가치 급락은 없을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미·중 협상을 꼬이게 해 미국이 더 높은 관세를 때릴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달러=7위안’은 중국 정부가 관리해 온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중앙은행과 고위 관료들은 최근 이 등식에 대한 민감도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등식을 깨는 ‘포치(破七)’를 테스트해 볼 것이다. 환율이 7.05 위안과 6.95위안 사이를 몇 차례 오르내리면 ‘7’이 그리 중요한 숫자가 아니라는 걸 시장이 인식하게 될 것이다.”

◆주하이빈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결제은행(BIS)을 거쳐 2011년부터 JP모건에서 중국 경제 분석을 책임지고 있다.

홍콩=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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