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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사원장 否決 겸손히 수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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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회는 어제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국회 동의 절차의 제도적 정신은 해당 인사에 대한 국회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동의안 부결은 의원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른 것이므로 이러한 결정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통합신당 측이 이를 '국정 흔들기' '구태정치'로 몰아세우며 정치공세를 벌이는 것은 잘못됐다.

한나라당 등 야권 3당은 개별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겼다. 尹후보가 감사원장으로 적임자인지를 개별 의원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국회 동의 절차를 규정한 헌법 정신이라면 야권으로서는 그렇게 함으로써 성의를 다한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쪼개지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검찰에 줄소환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야측 의원들의 판단에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그렇더라도 국회의 판단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이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합작이라느니, 대통령 발목잡기로 몰아세워 갈등을 증폭시키는 청와대와 신당의 언행은 소수정권으로서 정국을 풀어가려는 자세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와 신당 측은 먼저 이 사안 처리에 최선을 다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盧대통령은 야당을 '개혁을 거부하는 세력'이라고 적대시한 데다 청와대 관계자나 신당 측 인사 어느 누구도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혼신을 다하지는 않았다.

특히 이번 후보자가 과연 감사원장에 적절한 인물이었느냐는 점에 대해서도 겸손하게 반성해야 한다. 야권이 당론을 정하지 않았고 일부 야당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는데도 부결된 데는 그 원인이 정치에 있지 않고 당사자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다음 후보를 물색하는 데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코드니 뭐니 하며 함량미달.경험미숙의 인사를 고집해서는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여당이 왜소해진 신4당 체제에서 대국회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도 큰 문제다. 국정을 제대로 펴자면 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盧대통령의 정치력이 가장 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