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계기, 한국 주장 근거리비행 안했다"…같은 회담 다른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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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스위스 다보스포럼 계기 23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사진. 강 장관이 받아적는 모습이다. [일본 외무성 트위터]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스위스 다보스포럼 계기 23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사진. 강 장관이 받아적는 모습이다. [일본 외무성 트위터]

23일 한ㆍ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측은 연이은 일본의 초계기 근접비행에 대해 “우려스럽고 유감스럽다”(강경화 외교장관) “한국 측 발표가 유감이다”(고노 다로 외상)라며 팽팽한 이견을 보였다.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대조영함에 근접해 위협비행을 했다고 한국 군 당국이 밝힌 것과 관련해서다. 일본 초계기 근접 비행은 이번이 18일과 20일에 이어 세 번째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양 장관이 회담을 약 4시간 앞둔 상황이었다.

이견이 큰 탓에 결과는 한국은 당일 자정 가까이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은 외무성 트위터를 통해 다음날인 24일 새벽 2시께 발표됐다. 같은 회담이었지만 발표 내용도 사진도 미묘히 달랐다.

초계기 근접비행관련, 한국 외교부는 강장관이 모두발언에서 “이러한 행위로 상황이 정리가 안 되고 계속 진행되는 것을 우려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력항의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어 “이렇게 상황이 어려울수록 양국 외교당국간에는 절제되고 사려깊게 문제를 관리하면서 양국관계를 지속 발전시켜야한다는 점에는 당국간 확고한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 외교부가 공개한 스위스 다보스포럼 계기 한일외교장관 회담 사진 [외교부 제공]

국 외교부가 공개한 스위스 다보스포럼 계기 한일외교장관 회담 사진 [외교부 제공]

일본이 낸 보도자료는 달랐다. 일본 외무성은 “(23일) 해당 초계기는 한국 측이 주장하는 근거리에서는 비행하지 않았다(韓国側が主張するような近距離では飛行していない)는 점을 지적하고, 이날 한국 측의 발표는 유감이라는 취지를 밝혔다”며 “냉정하고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발표했다. 초계기 위협 비행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이다.

국방부가 23일 오후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이날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해 근접 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국방부가 지난 4일 공개한 지난해 12월 20일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상공에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 모습(노란 원). [국방부 유튜브 캡처]

국방부가 23일 오후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이날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해 근접 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국방부가 지난 4일 공개한 지난해 12월 20일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상공에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 모습(노란 원). [국방부 유튜브 캡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지난해 판결과 관련해서도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선명했다. 외교부는 “강 장관은 우리 정부 입장 등을 설명하고, 이 사안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노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나가자고 했다”며 “고노 장관은 일본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고노 외상이 밝혔다는 일본 입장은 지난 9일 한국 정부에게 “30일 이내 답을 달라”는 취지로 시한을 박아 요청한 한일 외교협의를 다시금 강조했다는 내용이다. 외무성이 발표한 자료엔 고노 장관이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한 협의에 대해 조기에 해결을 하고 싶다는 점을 밝혔다”고 돼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본 기업도 소송 절차에 참여해 절차적 권리를 누렸던만큼, 판결 결과에 승복하는 게 신의원칙에 맞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노 외상이 재차 요구한 '외교적 협의'에 대해선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23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한국 측은 "면밀히 검토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한일청구권협정에 기반해 일본이 일방 요청해온 '외교적 협의' 이외의 일반적인 양국 협의에 대해선 열려 있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일 양측이 공개한 사진은 미묘히 달랐다. 한국은 양 장관이 서로를 바라보며 강 장관이 이야기를 하고 고노 외상이 듣는 사진을 공개했다. 반면 일본은 고노 외상이 이야기를 하면서 강 장관이 받아적는 사진과 양 장관이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회담엔 스웨덴 하크홀름순드에서 사상 첫 남ㆍ북ㆍ미 실무협상에 참여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자리했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아시아대양주 국장 겸 6자회담 수석대표도 함께 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선 양측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양국간 협조를 계속하자”(외교부)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을 위해 일한 및 일ㆍ한ㆍ미 간 긴밀한 연대를 하자”(외무성)이라는 입장을 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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