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56년 만에 새 친선협정…유엔 상임이사국 밀어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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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소용돌이 속에 유럽을 지탱하는 쌍두마차인 프랑스와 독일이 56년 된 엘리제 협정을 물갈이하고 외교·국방·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아헨 협정’을 채택했다. 특히 새 협정에 프랑스가 독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브렉시트 소용돌이 속에 'EU 협력' 공동 다짐 #프랑스,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노력키로

22일(현지시간) 독일 아헨시청에서 열린 협정 조인식에서 포옹하며 친분을 과시하는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날 양국은 우호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아헨 협정'을 체결했다. [EPA=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독일 아헨시청에서 열린 협정 조인식에서 포옹하며 친분을 과시하는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날 양국은 우호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아헨 협정'을 체결했다. [EPA=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 서부 아헨에서 16페이지 분량의 새 협정에 서명했다. 1963년 1월 22일 양국의 해묵은 갈등과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맺은 엘리제 협정을 56년 만에 대체하는 친선 협정이다. 여기엔 외교·국방 정책 및 경제 통합을 강화하고 포퓰리즘·이민 등 현안에서 양국이 책임을 다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메르켈 총리는 아헨시청에서 열린 협정 조인식에서 "포퓰리즘과 국가주의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새 조약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협정은 유럽의 자유로운 이상을 떠받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EU에 대한 위협은 밖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프랑스와 독일은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국이 새 협정의 정신에 따라 독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전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후 1945년 연합국의 일원으로서 유엔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에 포함된 반면 패전국인 독일은 이에 끼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은 올라프 슐츠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같은 독일 정치인 일각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슐츠 장관은 지난해 프랑스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EU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올 3월 브렉시트가 실행되면 프랑스가 EU 회원국 중 유일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데 그 자리를 EU에 양보하라는 요구였다.

 22일(현지시간) 독일 아헨시청에서 열린 협정 조인식에서 나란히 박수를 치고 있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이날 양국은 56년 된 엘리제 협정을 대신하여 우호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내용의 '아헨 협정'을 체결했다. [EPA=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독일 아헨시청에서 열린 협정 조인식에서 나란히 박수를 치고 있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이날 양국은 56년 된 엘리제 협정을 대신하여 우호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내용의 '아헨 협정'을 체결했다. [EPA=연합뉴스]

때문에 이번 협정의 의미를 축소하는 발언이 프랑스와 독일 양국에서 나오고 있다. 독일 녹색당 공동대표인 안톤 호프라이터는 “(기후 변화 같은) 현안은 제쳐둔, 그림만 그럴싸한 협력”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국민전선의 후신)의 마린 르펜 대표는 아예 이번 협약이 프랑스의 알자스 지방을 독일에 양보하고 프랑스의 안보리 이사국 지위를 독일과 나누기 위한 것이라고 음모론을 들먹였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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