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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학생시위 범국민운동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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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경=박병석특파원】 17일로 단식농성 5일째를 맞고 있는 북경 천안문광장의 데모는 중국최고권력핵심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 전체를 대표한 「자오쯔양」(조자양) 총서기의 학생애국운동에 대한 긍정평가와 일체의 처벌을 하지 않겠으니 해산하라는 서면권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학생이 주도해왔던 민주화추진운동에서 범국민적 대중운동으로 변모돼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당국은 정부의 「깨끗한 동의」를 촉구하는 이들 시위대의 요구를 채택하느냐의 기로에 있다.
북경대, 청화대등 북경시내 각대학 총장들도 정부당국의 학생들의 요구수락을 촉구하는 연명으로된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같은 민주화운동은 중국정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으며 단시간내에 무리 없이 해결될 경우 조자양등 급진개혁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지만 사태가 악화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원로보수진영에 또다른 구실을 줄 가능성이 높다.
중국중앙서기처 서기 「옌밍푸」통전부장은 16일 오후 천안문광장의 학생들 앞에서 학생시위문제 처리를 둘러싸고 중국 고위지도층내 개혁파와 보수파의 의견대립이 있음을 공개인정하고 개혁파들에게 해결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고르바초프」가 북경에 도착한 15일 단식농성 학생수는 2천3백명(중국신문사 보도)에 이르렀으며 「중국지식계」라는 대형피킷을 든 교수, 언론인, 문인 및 노동자등 일부 시민들이 학생들을 성원키 위해 직접 천안문광장으로 행진함으로써 중국의 민주화운동은 순수한 학생운동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 중국지식층 동참자중에는 「이연자치」등 저명학자와 북경대·청화대등의 노교수와 젊은 학자등과 아울러 인민일보·중국신문사등의 기자 및 간부등 다양한 인물들이 포함돼있었다.
지난달 27일 및 5월4일의 대시위때는 일부 언론인들의 동조를 받았으나 이처럼 많은 지식인들이 직접 시위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당시 시민들은 학생들의 시위에 지지의 뜻을 표했으나 직접 동참하지는 않았고 학생들 자신도 예상밖의 사태를 우려해 시민들의 동참을 적극 저지, 만류했었다. 따라서 이번 시위는 비교적 광범위한 지식계층의 직접적 동참을 유도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부여할 수있다.
학생들과의 실질적 대화를 지연 또는 회피해온 정부당국이「고르바초프」의 북경방문이 임박하자 학생들에 대한 설득을 강화했으나 실패하고 정치국원「리티에잉」, 중앙서기처 서기경 통전부장「옌밍푸」등을 내세워 학생들과의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중소 정상회담에 대한 걱정과 사태악화를 우려한 괴로운 선택인 것이다.
「리티에잉」·「옌밍푸」등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대부분 학생들의 최근 시위를 「애국민주운동」으로 재평가하고 정치개혁, 탐관오리척결, 부정부패 척결등 학생들의 요구가 바로 당과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될 과제와 일치된다는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
지난달 있었던 학생시위를「동란」으로 규정했던 4월26일자 당기관지 인민일보 사설은 「극소수 사람」을 뜻한 것이었고 대다수 학생들의 선량한 행동은 민주·애국에 불타는 열정의 발로라고 규정, 해명함으로써 학생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적극적 자세로 전환했다.
학생들의 3가지 요구사항, 「4·27」,「5·4」등 최근 학생시위에 대한 공정한 평가 ②당·정부·의회고위 당국자와의 실질·평등대화 ③대화내용의 TV현장중계중 ①은 어느 정도 해결된 셈이다.
그러나 단식농성중인 학생등 강경파들은 5명밖에 없는 권력의 핵심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등 고위층과의 직접·평등대화및 TV현장중계 등이 실천돼야 한다며 강력한 불만을 풀지 않고 있다.
관계전문가들은 학생시위가 강경해가는 추세에 있고 각계의 성원을 받는 것은 틀림없지만13일 단식농성이후의 양상은「4·27」, 「5·4」와 같은 통일된 학생지도자들의 지도력이 없는 데다 학생들간에도 강·온이 갈리고있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강경파 학생들의 움직임에 의한 것이며「4·27」, 「5·4」시위를 주도했던「북경대학생 자치연합회」는 사후 지지라는 입장을 표했다.
이번 시위가 대화와 설득에 의해 평화적 해결을 가져온다면 조자양 총서기를 위시한 적극개혁파에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사태가 악화되거나 장기화되면 원로·신중파들이 조자양등 온건파에 대한 공격의 구실을 주게돼 중국 지도부에 또 한차례의 노선투쟁이 가열화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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