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화해폭 중국내 상황이 변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고르바초프」는 소련공산당 서기장과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등소평) 이 16일 북경 인민대회당에서 나눈 악수는 지난 30년간 지속됐던 냉전관계를 청산하고 정상급 교류와 정치적 유대의 부활, 그리고 무역증대를 향한 새 장을 여는 관계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7년에 걸친 양국의 정략이 결실을 맺는 의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서방외교관은 『이들이 밟아야할 기나긴 노정은 이제부터』라고 말하고 단기적으로 두 공산주의 초강대국의 교류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 것인지는 주로 중국의 국내상황에 달려있다고 점치고 있다.
한달 동안 계속된 중국 학생들의 시위는 중국 지도부 내에 위기를 형성하고 있으며 모택동 사후 개방정책의 기수인 등소평의 퇴진을 앞당길 것으로 중국문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학생시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 공산당 총서기 조자양이 등의 후계자가 될 것인지 여부까지도 결정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경제 개혁과 중국판 글라스노스트(개방)라 할 「투명」정책의 열렬한 지지자인 조자양은 「고르바초프」의 이상적인 카운터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등-「고르바초프」회담은 상징적인 회합이나 단순한 사진거리라기보다는 새로운 협정과 무역계약을 위한 길을 닦는 실질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한 서방외교관은 중국과 소련이 이처럼 공식적인 재접근을 통해 지난 72년2월 「닉슨」전미대통령의 중국방문이래 중국과 미국이 가졌던 것과 같은 최고위급 교류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련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의 해설가인 「브세폴로드·오브치니코프」가 『기본적으로 이는 정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고 간단히 설명한 것처럼 지난59년 「흐루시초프」와 모택동 간의 마지막 정상회담이후 양국이 국경분쟁으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데는 30년이나 걸린 셈이다.
양국 공산당은 이제 누가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념을 보다 충실히 실천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이념대립을 벌였던 사실을 공식적으로 망각 속에 묻어버렸으며 4천7백만명의 당원을 가진 중국공산당과 l천9백만 당원의 소련공산당은 새로운 기반 위에 대화를 재개하게 된다.
등소평은 이날 회담에서 『우리는 추구해야할 모델은 단 하나 뿐이라고 믿었었다. 그러나 이것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현실이 보여주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지도자들은 중소관계가 추구해야할 지상목표가 된 명제, 즉 중국은 「소련 대형」의 손아귀에 다시 쥐어지지 않도록 경계를 계속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과거와 같은 대소관계로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과시하려는 듯 「고르바초프」가 상해를 방문한 바로 다음날 3척의 미군함의 상해방문을 초청하기도 했다.
『우리는 무언가 대립적인 것을 포함하고 있는 동맹관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오브치니코프」의 말대로 중소관계정상화는 북경과 모스크바·워싱턴을 축으로 하여 중국의 외교적 고립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분석하고있다.
소련군이 지난2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수하고 7천5백km에 걸친 중국과의 국경에 배치된 군대도 철수할 것을 소련당국이 약속함으로써 두나라 사이를 가로막던 두 가지의 장애물은 제거되고 마지막 장애물인 캄보디아 문제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중국측의 한 대변인에 따르면 등은 『캄보디아 문제에 대한 양국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가 쉽사리 낙관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이 소련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3대 장애제거(①아프간주둔 소군 철수 ②중소국경주둔 소련군대의 철수·감군 ③캄보디아주둔 베트남군 철수 조건이기본적으로는 해결됐으나 완전 해결된 것이 아님에도 중소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 양대 초강대국인 미소의 화해는 세계 정치질서의 개편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중국도 주동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수요가 생긴 셈이다.
중소양국의 표현을 빌리면 「신국제질서」와 「신사고」의 타협이며, 이러한 미·소·중의 새로운 삼각관계 정립은 새로운 국제정치 구도를 필연적으로 가져온다.
비록 「고르바초프」가 중소관계 정상화가 제3국에 영향을 주지않을것이라고 말하고 「리펑」(이붕)수상도 새로운 중소관계는 50년대와 같은 관계(동맹관계)도, 60∼70년대(비정상관계)와도 다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북경AFP=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