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이철규군 변사사건 취재기자 방담|조속한 사인규명이 사태해결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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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조선대 이철규군의 변사사고는 사인규명여부를 떠나 5·18광주항챙 9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발생함으로써 정치·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몰고올 것이 예상돼 그야말로 5월정국에 「태풍의 눈」이 될것 같다.
-학생들과 재야단체들은 이미 광주로 집결해 대규모집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군사망은 고문타살에 의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노정권타도의 목청을 한껏 높이고 있어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번 기회에 문목사 방북사건과 부산동의대사태를 계기로 반전돼버린 자신들의 수세적분위기를 공세로 몰아불일 전기로 삼을것이 확실해 사태의 진전여하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국으로 치달을수도 있는 「시한폭탄」으로 시국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어요.
-그런면에서 이군사건의 철저한 규명은 그 어느 사건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합동수사반은 12일 이군이 숨진채 발견된 제4수원지 풀밭에서 이군의 것으로 보이는 베이지색점퍼와 유류품들을 발견함으로써 이군의 사인을 ▲실족등에 의한 심장마비사 ▲추적경찰관들과의 승강이중 일어난 우발적 사고에 의한 것등 두갈래로 보고 있습니다.
-심장마비사로 추정할경우 이군은 일단 검문경찰들의 추적을 따돌린후 야산에 숨어있다가 더이상의 추적이 없음을 확인한후 도로변 등에는 경찰의 경비병력이 배치돼있을 것으로 예상해 이를 피하려고 철조망을 넘어들어가 옷이 발견된 곳에서 검문받을 때 입었던 점퍼를 벗어버린후 메모지등을 찢어 신변을 정리한후 물이 얕은 상류쪽으로 가려다 실족해 숨졌거나 수영을 해 거슬러올라가 건너려다 숨졌을거라는 추측이 가능하겠지요.
-그러나 이 경우 이군이 비록 수영에는 자신이 있다고 할지라도 구두를 신은채 수영을 하려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않는다는 지적이예요.
-또 이군이 택시를 타기전 당일 만나기로 했던 박모양과의 전화통화내용중 돈이 있다고 했으며 호반산장까지는 5천원 이상의 코스인데 사체 발견 당시 이군의 바지주머니에는 돈이 3천원밖에 없었던 점도 의문으로 남는 점이라고 할수 있어요.
-이군 친구들에 따르면 이군은 평소 지갑을 사용할 경우 주민등록증은 지갑에 넣고 다녔다는 주장인데 사체발견 당시 지갑은 발견되지 않았고 주민등록증도 바지주머니에서 발견되어 의문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주민등록증얘기가 났으니 말인데 수배자들의 일반적 상식으로는 주민등록증을 갖고다니지 않는 것이 정설이며 이군 주변의 많은 친구들도 이군이 평소 주민등록증을 안가지고 다녔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두번째의 겅우, 즉 검문경찰관과의 우발사고 가능성을 점칠수 있는 것은 검문경찰들과 관계자들의 진술이 석연치않은데서 출발할수 있죠. 즉 검문경찰관들이 과연 이군의 동태에 대한 사전정보를 모르고 단순히 택시강도 예방근무만을 위해 시국사범에 대한 특별검거령이 내려져있고, 5월제행사가 시작된데다 미문화원이 폐쇄될 정도로 긴박한 상황에서 형사반장까지 포함, 형사가 5명이나 검문·검색을 나갔다는 점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검문순간 달아나는 이군올 전문가(?) 3명이 추적했는데도 붙잡지 못했다는 점과 추적을 곧바로 포기했다는 점, 그리고 검문불응자를 눈앞에서 놓쳐버리고도 보고등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국회조사단도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며 당시와 그 전후의 인원배치·근무일지등 관련서류의 제출을 요구했어요.
-어떻든 어떠한 경우라 할지라도 검문경찰관5명에 대한 직무유기등 책임추궁이 불가피하다는 관계자들의 지적입니다.
-경찰은 동의대사태와 전대협의 평화시위선언으로 올해는 5월제행사가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던터에 뜻밖의 악재를 만났다는 당혹감이 역력합니다.
-아직까지 가두투쟁이 격화되지는 않아 학생들을 자극시키지 않기위해 가두병력배치는 않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른다며 전남·광주일원에는 11일부터 26일까지 비상경계령을 내려놓고 있어요.
-재야와 학생운동권은 이번 사태를 제2의 박종철사건으로 보고 반노태우정권의 최대 이슈로 부각, 전력을 집중시키고있고 공안당국은 공안당국대로 유언비어 유포자를 엄단하겠다는등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않고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이군의 빈소가 차려진 전남대병원의 분위기는 매우 격앙돼 있고 수많은 시민·학생들이 애도·추모를 표하러 몰려들고 있어요.
-이군이 변사체로 발견된지 4일이 지나면서 학생들사이에 장례문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장지를 망월동 묘역으로 할것으로 알고 있고 또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요.
또 유가족들도 학생들의 뜻을 따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학생장」으로 치러질 전망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이뤄질 때까지는 장례식을 치르지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요.
-그러나 지금까지 이와 유사한 사건의 경우 딱부러지게 사인이 규명되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로 그렇다, 아니다식으로 정확한 사인규명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또 한차례 시국에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게 될 것이 불가피한 전망입니다. 다만 검찰에서 공언했듯이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공평한, 또 철저히 공개적인 수사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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