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ㆍ수출 모두 역성장한 국산차… 수입차만 판매 12%↑ ‘승승장구’

지난해 국산차 내수 판매 1위를 기록한 현대차 준대형세단 '그랜저'. [현대자동차]

한국 제조업 대들보인 자동차 산업이 지난해 내수ㆍ수출 모두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만 승승장구했다.

산업부 '자동차 산업 2018년 연간 동향'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동차 산업 2018년 연간 동향’에 따르면 현대기아차ㆍ르노삼성차ㆍ한국GMㆍ쌍용차 등 국산차 5개사 내수 판매는 지난해 153만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0.7% 뒷걸음쳤다. 2016년 157만대→2017년 154만대로 줄어든 뒤 다시 쪼그라들었다. 양병내 산업부 자동차항공과장은 “한국GM 국산공장 생산 중단 여파가 컸다”고 설명했다. ‘사드 충격’에서 벗어난 데다 정부의 개별소비세ㆍ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판매를 뒷받침한 외부 효과를 감안하면 더 우울한 성적표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수출 성적표도 부진했다. 2016년 262만대(전년 대비 -11.8%)→2017년 253만대(-3.5%)→2018년 244만대(-3.2%)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유럽ㆍ아프리카 등에선 수출이 늘었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가 뒷걸음쳤다. 현대기아차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중동ㆍ중남미에서도 경제 불안 등 여파로 부진했다. 지난해 1~11월 수출량이 전년 대비 중동 25.6%, 중남미 11.6% 감소했다.

1지난해 4월 출시한 폴크스바겐 준중형 SUV 티구안. [폴크스바겐코리아]

반면 수입차는 판매가 수직 상승했다. 2016년 25만2000대(-8.4%)→2017년 25만1000대(-0.5%)로 주춤했다가 2018년 28만1000대로 12% 급반등했다. 지난해 ‘BMW 화재 쇼크’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벤츠의 호실적과 폴크스바겐ㆍ아우디 판매 재개에 힘입어 역대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특히 폴크스바겐ㆍ아우디는 ‘디젤 게이트’를 극복하고 2017년 962대에서 지난해 2만7840대로 판매가 늘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문제는 내년 미국ㆍ중국ㆍ유럽 등 ‘빅3’ 시장 판매 정체가 예상되는 등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매 규모는 9249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대비 0.1% 늘어난 수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2016년 처음 9000만대(전년 대비 4.7% 증가)를 돌파한 뒤 2017년 1.8%, 2018년 0.2%로 성장세가 둔화했다. 미국ㆍ유럽은 올해 전년 대비 1.4%, 0.2%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 시장도 0.2%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물론 애플ㆍ구글 같은 정보기술(IT) 업체가 앞다퉈 뛰어들고 차량공유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숨가쁘게 바뀌는 자동차 시장 흐름을 놓치면 단번에 도태할 수 있다”며 “노키아의 몰락을 교훈 삼아 친환경차 개발을 강화하는 한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 인수합병(M&A)에 과감히 나서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