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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여전…이군 사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철규군의 점퍼와 이군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이 발견됨으로써 이군이 사체발견 현장 부근에서 숨졌을「개연성」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명쾌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숱하게 남아있어 이군 사인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 같다.
사체 발견장소와 점퍼 등 유류품발견장소가 반경 3백m의「인근」이라는 점에서 수사경험상 적어도 이 지역에 이군 사망과 관련된 모든「의문」이 숨어있을 것이라는데 수사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검문을 받은 이군이 수원지제방을 향해 달아나다 오른쪽 산모퉁이로 몸을 피한 뒤 추적이 뜸해지자 광주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산을 내려와 철조망위로 뻗어있는 5m높이의 참나무가지를 타고 철조망을 넘어 점퍼를 벗고 수원지를 건너려고 시도했으리란 것이 검·경의 추리다.
그러나 이러한 추리에도 의문점은 많다.
우선 익사했을 경우 이군의 폐나 위 등에서 물이 발견되어야하는데 부검결과 1차 소견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이군이 헤엄쳐 수원지를 건너려 했다면 왜 구두를 신고있었겠느냐는 점도 의심할 수 있다. 폭이 1백m나 되는 수원지를 건너자면 가급적 몸을 가볍게 하고 신발을 벗는 것이 상식이다.
이군 점퍼에는 열쇠고리가 그대로 있었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집에 들어갈 때 필요한 열쇠는 몸에 지녀야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버스운전사가 신고한 안경도 평소 안경을 쓰지 않던 이군이 일시적인 위장용으로 착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군 것인지 밝혀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있다. 더구나 위장용 안경에 도수까지 있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
단순 실족 사에 대한 의문도 만만치 않다.
점퍼가 발견된 곳이 경사70도의 급경사로 발을 헛디뎌 물에 떨어져 순간적으로 심장마비로 숨졌으며 따라서 폐·위 등에 물이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으나 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수원지 상류로 하류인 점퍼발견장소와는 물의 흐름이 엇갈려 납득하기 어렵다. 시체가 하류로 떠내려가지 않고 물 흐름과 반대지점에 시체가 있는 것은 지극히 부자연스럽다.
이는 이군이 도망친 뒤 30여분쯤 뒤 청원경찰들이『어푸어푸』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진술과도 정면배치 된다.
특히 이군을 추격한 3명의 경찰 가운데 끝까지 추격한 1명이 거의 1시간동안「잠복해」 오히려 다른 경찰이『내려오라』고 핸드마이크를 통해 소리쳤다는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나 이 시간동안 이군과 격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다고 수사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더 나아가 타살 후 사체와 유류품을 수원지목에 버려 익사나 실족 사 등으로 충분히 위장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있다.
이군 점퍼부근에서 발견된 27조각으로 찢긴 메모용지도 사건 성격을 규정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검·경은 보고있다.
이 쪽지에는 86년1월29일 이군과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공범4명과 조선대「민주조선」편집위원 최모·조모군 등 모두 6명의 이름이 적혀져 있는데 이군이 자신의 검거로 이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찢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제3자가 미리 적은 메모를 찢어 버린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검·경은 만약 이 메모가 이군의 것이 아니라고 밝혀질 경우 이군 변사수사는 전혀 엉뚱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보고 필적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이군 수첩의 지문감정도 의뢰했다.
또 발견된 이군의 점퍼는 비에 젖어 있었으나 점퍼 안에든 담배는 멀쩡한 점도 타살가능성의 의문점이 되고있다.
검·경은 이와 함께 검문경찰관들이 3일 밤 이군을 검문하고도 이 같은 사실을 운전사가신고한 이후에 상부에 보고한 점을 중시, 이유와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군 안경을 찾기 위해 수원지 바닥을 수색했던 잠수부들은『이군 시체 발견지점에서 10m이상 떨어진 물밑바닥에서 시체가 끌릴 때 생긴 것으로 보이는 자국이 있었다』 고 말하고 있어 실체로 시체가 끌린 자국으로 밝혀질 경우 사고 사로 보기에는 큰 의문이 있다고 수사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군 승차지점인 산수동 5거 거리에서 광주 호까지 승차요금만도 5천 원이나 이군이 현금을 3천 원만 소지하고 있는 점도 의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추정」단계로 현재로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직검사·이 화학 검사 등 정밀부검이 끝나봐야 확실한 사인을 알 수 있는 상태이며 위와 폐 조직에서 플랑크톤흡입여부와 몸에 난 상처의 직접원인, 또 이군 신체에 외부타격이 가해 졌는지와 쇼크여부 및 그 원인 등이 밝혀져야 이군 죽음 미스터리는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광주=임시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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