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본처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70대 후처 징역 6년 선고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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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이미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픽사베이]

노인 이미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픽사베이]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후 수십 년간 한 집에서 생활한 80대 본처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70대 할머니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제1형사부(부장 김문성)는 1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70대 A씨(73·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이를 낳지 못한 피해자를 더 따른 피고인이 낳은 아들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살아온 이야기를 참작했다. 다만 잔혹한 범행이 이뤄졌고 피해자가 고령으로 범행에 취약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2018년 12월 13일 열린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당시 A씨 측 법률대리인은 “어렸을 때부터 가난과 농아 장애를 갖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기구한 삶을 살았던 A씨는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우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2018년 9월 7일 오전 4시50분쯤 강원도 태백시 문곡소도동의 한 연립주택에서 함께 살고 있던 80대 여성 B씨(사망 당시 89세)의 얼굴 등을 둔기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발견 당시 B씨는 둔기에 맞아 왼쪽 얼굴이 함몰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새벽녘 화장실에 갔다가 안방을 살펴보니 B씨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사건 당일 오후 B씨의 장례식장에서 자식들에게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후 경찰에 자수했다.

숨진 B씨와 A씨는 본처와 후처 관계로 B씨가 자식을 낳지 못하자 A씨가 후처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주로 집안일과 밭일, 식당일을 해왔고 B씨는 자식들의 대외적인 교육을 맡았다. A씨가 낳은 자식들은 소통이 가능한 B씨를 주로 따랐다고 한다.

두 사람은 2002년 남편 C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한집에서 같이 살아왔다. 남편 사망 후 평소 B씨는 경로당에서 지인들과 화투를 치며 교제를 나눴고, A씨는 집안 살림을 도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그의 아들 D씨는 증인 신문에서 “A씨의 잘못된 행동은 물론 벌을 받아야 하지만 충분히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다”며 “오히려 가족으로부터 소외돼 외롭고 고독한 일생을 살았던 A씨에게 (자식들이) 죄책감이 든다. 평생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살아오셨는데 (형기를 마친 뒤) 교육을 받으시고 더 넓은 세상을 보며 살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재판부의 선처를 구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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