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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여자축구부 합숙소 불쑥 방문했다가 가슴 철렁”

중앙일보

입력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운동선수의 합숙소 폐지를 주장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유신 시대의 유산인 합숙소가 문재인 정부에서 존속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거듭 촉구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치와 감독만이 절대적 권력자로 군림하고 선후배 규율이 절대적인 ‘학교 안의 섬’ 합숙소는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반인권적 공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안 의원은 합숙소 관련 일화를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몇 년 전 평일 낮 어느 고등학교 여자축구부 합숙소를 불쑥 방문했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여학생이 감독 숙소에서 나오길래 감독에게 물었더니 마사지시키고 돌려보낸 것이라며 태연히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신 시대에 스포츠는 총성 없는 전쟁으로 남북냉전의 대리전으로 메달 지상주의 국가정책이 수립됐다. 전두환·노태우 시대에는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을 거치며 메달 지상주의는 한국체육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했다”면서 “메달 지상주의를 뒷받침하는 시스템 중 하나가 세계 유례없는 초등학생부터 국가대표선수촌까지 이어지는 합숙소 문화”라고 주장했다.

이어 “초등 합숙소는 2003년 천안초 합숙소 화재로 9명의 어린 선수들의 생명을 앗아간 대가를 치른 후에야 메달 지상주의자들의 저항을 무릅쓰고 폐지되었지만, 중학교 합숙소는 여전히 운영 중”이라며 “문제는 합숙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예나 지금이나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간여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말고 중학교 합숙소 있는 나라가 있는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유 불문하고 중학교 합숙소 폐지를 당장 결단하시라. 중학생까지는 운동을 즐기며 공부와 병행토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14일 올린 글에서도 “2010년 이후 진보교육감시대에도 합숙소는 폐지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며 “세계 유례없는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운동부 합숙소에 대해 진보교육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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