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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나오는 집권 3년차 당·청 불협화음…문 정부선 탈원전이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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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원전 건설 재추진” 발언이 여권 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여당의 당권 경쟁에도 뛰어들었던 중진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배치되는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14일 “추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은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재개된 신고리 5·6호기 외 추가 원전 건설은 더 이상 없다고 일축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선 당·청 사이의 이 같은 불협화음을 집권 3년차 징크스의 전조로 보기도 한다. 역대 정부의 전례를 봐도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면 항상 내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MB 땐 친이·친박 ‘세종시’ 갈등 #박근혜 땐 유승민과 “배신” 공방

박근혜 정부 3년차인 2015년엔 ‘배신의 정치’ 바람이 휘몰아쳤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이 그해 4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판한 게 발단이 됐다.

이후 줄곧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던 당·청 관계는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결국 폭발했다.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 권한을 강화한 개정안이 5월 말 본회의를 통과하자 청와대는 발칵 뒤집혔다.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유 의원을 겨냥해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비판했고, 결국 유 의원은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기정치 한다”는 친박계의 공세는 역설적으로 그에게 소신 정치인이라는 간판을 달아줬다. 당·청 갈등은 이후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유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 ‘유승민 찍어내기’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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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선 집권 3년차였던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가 충돌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부처를 이전시켜 행정도시를 만들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해 기업을 입주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친박계는 당시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하며 원안을 고수했고 박근혜 전 대표가 2010년 6월 국회에서 직접 수정안 반대 토론에 나서며 부결을 끌어냈다. 결국 정부 의도대로 수정하지도 못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공방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박 전 대표가 “일 잘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친다”는 이 대통령 말엔 “그런데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강도로 돌변한다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하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노무현 정부도 2005년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 등을 계기로 당 내에서 쓴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당 회의 자리에서도 “대통령이 신이냐” “당이 왜 자기 색깔을 내지 못하고 청와대만 따라가느냐” “청와대가 당정 분리 원칙을 지킨다고 강조했지만 진짜 중요한 사안은 전부 청와대의 결정을 따랐다”는 등 청와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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