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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함지뢰 부상 하재헌 중사 “안정적인 직업 버리고 페럴림픽 메달리스트 도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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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육군 1사단 수색대대 이종명관에서 열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3주년 기념행사 'Remember 804'(8월 4일을 기억하라)에서 당시 수색작전 중 양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가 국민의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육군 1사단 수색대대 이종명관에서 열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3주년 기념행사 'Remember 804'(8월 4일을 기억하라)에서 당시 수색작전 중 양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가 국민의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에 나섰다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부상한 하재헌(25) 중사가 사고 후 약 3년5개월 만에 전역하고 패럴림픽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약 5년간의 군 생활 졸업이다.

“메달리스트 되도록 노력 # 하재헌 응원해주세요!”

하 중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월 31일부로 군 생활을 그만두고 전역을 하게 됐다”면서 “짧았지만 길었던 약 5년의 군 생활 동안 많은 걸 배우고 겪었다”고 밝혔다.

하 중사는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DMZ 수색작전에 투입됐다가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당시 쓰러진 하 중사를 구하러 간 김정원(28) 중사도 2차 지뢰 폭발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하 중사는 “그날 지뢰 폭발로 큰 부상을 입고 생명의 위기까지 버티면서 재활을 해 지금 양쪽 다리에 의족을 한 채 생활하며 재활 이후 군에 복귀해 국군수도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계속 군인으로 남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고 이후 3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들은 생생하다. 엄청난 고통과 힘든 나날이었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이 정도만 다친 것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며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국민의 응원과 저를 찾아 격려해주신 덕분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하 중사는 자신의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싶어 전역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꿈이었던 운동선수를 해보고 싶어서 안정적인 직업을 뒤로 한 채 도전이란 걸 하게 됐다”며 “장애인 조정 선수로서 패럴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어서 (군 생활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천안함, 연평도 포격뿐만 아니라 목함지뢰 사건도 많이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하재헌 중사가 아닌 메달리스트 하재헌이 되기 위해 노력할 테니 많은 응원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양쪽 다리에 의족을 착용하고 생활하면서 가끔 반바지를 입고다니는데 많은 사람이 저에게 오토바이를 타다가 다쳤냐, 교통사고냐고 물어보시는데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다 같은 사람이고, 다 똑같이 감정이란 것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니 제발 장애인분들 무시하지 마시고 본인들 가족이라 생각하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 중사는 “저는 많은 장애인분과 어려운 사람에게 귀감이 되고자 공부도 하며 봉사도 많이 하고, 운동 분야에서도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보여드리겠다”며 “그동안 군인, 목함지뢰 영웅, 국민 영웅이라고 불러주시고 군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하 중사 본인의 희망에 따라 ‘전역 및 전공상 심의’ 등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1월 31일부로 전역은 가능할 것”이라며 “31일로 확정은 안 됐지만, 본인의 전역 희망일인 31일로 전역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 중사가 새로운 꿈을 잘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 중사는 지난해 10월 전북 군산 은파호수공원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남자 조정 개인전 1000m PR1(선수부) 경기에 참가해 5분56초64의 기록으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품에 안았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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