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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사원장 표결 정략적 판단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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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회는 오늘 윤성식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표결한다. 이는 거야왜여(巨野矮與)의 신4당체제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국회 표결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국 운영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국회 의석의 3분의2를 넘는 거야가 감정적 횡포를 부릴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운영이 정쟁에 빠져 국력을 낭비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회의 尹후보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감사원장으로서의 적격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청문회라면 그가 업무에 적합한 능력과 자질을 갖고 있는지, 과거 전력이나 도덕성에서 결정적 잘못은 없었는지를 철저히 따져야 했다.

그러나 그저께 청문회는 자질 검증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공세에 치우친 감이 짙다. 심지어 일부 청문위원은 청문회에 앞서 준비 부족을 실토했고, 또 일부 청문위원은 尹후보의 나이와 고등학생 시절 성적표를 들고 나와 인신공격성 질문을 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청문회가 끝난 뒤 여야 의원 일부가 이번 표결을 정치적으로 결정하려는 의견을 낸 것은 잘못이다. 감사원장 임명동의에 대한 표결은 어디까지나 후보가 감사원장으로서 적합한지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야권(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은 尹후보의 결정적 결함을 드러내 보이지도 못한 채 야권의 힘 자랑이나 정부 길들이기에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국 경색에 따른 혼란과 불안에 대한 책임은 야당이 져야 할 것이다.

야권이 개헌선을 확보한 국회 의석 구도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야당이 국정운영에서 떠안아야 할 책임도 그만큼 막중할 수밖에 없다. 야권은 다수당으로서 합리적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대통령의 실정이나 국정 난맥을 인사와 관련된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이번 표결은 감사원장 인사에만 국한시켜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