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북 미사일 대응 ‘3축체계’ ‘킬체인’ 용어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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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방부가 북한 핵·미사일의 위협에 대응하는 전력을 뜻하는 ‘3축체계’라는 용어를 ‘핵·WMD 대응 체계’로 바꾸기로 했다. WMD는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를 뜻하는 영어의 약자다. 군 관계자는 10일 “‘3축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3가지의 무기 체계를 단순하게 일컫는 말”이라며 “이런 무기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뿐만 아니라 한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 전반에 대응하는 것인 만큼 ‘핵·WMD 대응 체계’가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소식통도 “3축체계란 용어가 일부 개념이 잘못되거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 새롭게 정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북한 눈치보기는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정세변화도 담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킬체인은 ‘전략목표 타격’으로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반영”

3축체계는 ①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과 ②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③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면 한국이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짜였다. 영문 표기의 앞글자들만 따 ‘3K’라고도 불린다.

정부 소식통은 “앞으로 ‘킬체인’은 ‘전략목표 타격’, ‘대량응징보복’은 ‘압도적 대응’으로 부르게 된다”고 말했다.

킬체인이란 용어는 미군이 적성 국가의 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는 작전 절차에서 빌려왔다. 군 관계자는 “킬체인의 개념을 처음 잡을 때도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압도적 대응’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제하는 능력을 뜻한다. ‘응징’과 ‘보복’이라는 용어가 한국의 정당한 자위권이 외부에 편협하게 비칠 여지가 있어 뺐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9·19 군사합의를 맺은 뒤 북한을 자극한다는 우려 때문에 ‘응징’‘보복’ 용어를 순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 소식통은 또 “‘한국형 미사일 방어’는 지금 그대로 쓰지만 ‘전략목표 타격’ ‘압도적 대응’처럼 영문 표기를 함께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KAMD의 MD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연상케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의MD 체계에 편입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담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0일 2019년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3축체계’ 용어가 빠진 데 대해 “우리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지, 합참에서도 많은 검토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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