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발을 삐끗한 신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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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강전> ●커제 9단 ○신진서 9단 

4보(58~73)=커제 9단은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59로 적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지금 상황에서 상변에 백돌 한 개만 더 놓인다면 흑은 백 세력을 삭감할 틈을 찾기 어렵다. 더는 늦춰서는 안 되는 타이밍이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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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은 60으로 날일자 뛰었는데, 이 돌이 놓이자마자 그간 요동이 없던 인공지능(AI) 승률 그래프가 변화를 나타냈다. 이전까진 백이 조금이나마 좋다고 판단했는데, 이제는 흑 쪽으로 그래프 추가 기운 것이다. 여기까진 사람이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형세 변화는 아니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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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흑이 65로 한 칸 뛰어나가자 승률 그래프가 흑 쪽으로 더욱 기울었다. 흑이 먼저 우변을 차지한 것이 백한테는 치명타였다는 의미. 이제는 흑이 두터운 바둑이라는 걸 사람이 감지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확실히 앞서 날일자 뛰었던 60이 한 발 빗나간 수였나 보다. AI '엘프고'는 신진서 9단이 '참고도'처럼 백1로 한 칸 뛰고 백3, 5로 우변을 다졌어야 했다고 말한다.

대국자인 신진서 9단도 자신의 실수를 감지했다. 이제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고삐를 죄어야 한다. 손을 돌려 66으로 좌상귀를 젖혔다. 좌상귀 흑을 추궁해 실리를 챙기면서도 백의 돌을 튼튼하게 보강할 수 있는 자리다. 훗날 허약한 상변 흑마를 공격할 때를 대비한 수순이기도 하다. 커제는 73으로 방향을 비틀어본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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