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아들과 꾸짖는 아빠?…中 TV서 반복한 북중회담 장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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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시진핑, 받아적는 김정은 [중국 CCTV 화면 캡처=연합뉴스]

발언하는 시진핑, 받아적는 김정은 [중국 CCTV 화면 캡처=연합뉴스]

중국 매체들이 4차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뒤늦게 보도했다. 10일 중국중앙(CC)TV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북중 국경을 넘어 북한에 도착한 10일 오전 관련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정상 회담이 열린지 사흘 만이다.

매체들은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을 비롯한 양국 고위급 외교 관리들이 참석한 정상회담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보도했다. 이 가운데 중국 국영 매체인 CCTV는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반복해서 노출했다. 이날 주로 공개된 화면은 발언하는 시 주석과 그 내용을 받아적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었다.

화면에서 시 주석은 준비된 원고를 보지 않고 자신감 있는 몸짓으로 발언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에 놓인 흰 종이에 내용을 받아 적거나 책상 위에 놓인 원고를 간간이 보아가며 말하는 모습이 주로 찍혔다.

중국 CCTV는 앞서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집권 후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화면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모습이 잘못한 아들과 아들을 꾸짖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CCTV의 보도에 따르면 인민대회당에서 이뤄진 환영 만찬 때 리커창(克强) 총리와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김 위원장 방문 때는 리 총리와 왕 부주석도 참석했었다.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생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 측에서는 국가 주석을 비롯해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나와 맞이했었다. 이 때문에 이번 김 위원장의 방문에 대한 의전의 격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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