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놀래킨 투르크는? 모든 건물이 하얀 '흰색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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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이 9일 아시안컵 1차전에서 우승후보 일본을 상대로 2-3으로 석패했다. [AP=연합뉴스]

투르크메니스탄이 9일 아시안컵 1차전에서 우승후보 일본을 상대로 2-3으로 석패했다. [AP=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7위 투르크메니스탄이 우승후보 일본을 놀래켰다. 비록 역전패를 당했지만 2골이나 뽑아냈다. 말그대로 '졌잘싸', 졌지만 잘싸웠다.

투르크메니스탄, 아시안컵서 졌잘싸 #FIFA랭킹 127위가 우승후보 일본 위협 #공항, 아파트 등 모든 건물 흰색 #득표율 97% 대통령의 취향 #고구려 동맹국 돌궐, 한국인 반겨

투르크메니스탄은 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라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일본(FIFA랭킹 50위)에 2-3으로 석패했다.

1992년과 2000년, 2004년, 2011년 아시안컵을 제패한 일본은 대회 최다 우승국이다.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에 올랐다.

나가토모 유토(갈라타사라이), 요시다 마야(사우샘프턴), 오사코 유아(브레멘), 도안 리츠(흐로닝언), 미나미노 다쿠미(잘츠부르크) 등으로 구성됐다.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 오카자키 신지(레스터시티)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제외했지만 멤버가 화려하다.

반면 투르크메니스탄 축구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04년 중국대회에 첫 출전해 1무2패에 그쳤고, 15년 만에 아시안컵에 나섰다. 대부분 자국 클럽 소속이고, 체코에서 뛰는 선수도 있다. 감독은 야즈굴리 호야겔디예프 감독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이 9일 아시안컵 1차전에서 우승후보 일본을 상대로 2-3으로 석패했다. [AP=연합뉴스]

투르크메니스탄이 9일 아시안컵 1차전에서 우승후보 일본을 상대로 2-3으로 석패했다. [AP=연합뉴스]

5-4-1 포메이션을 꺼내든 투르크메니스탄은 우승후보 일본을 상대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26분 아마노프가 페널티 박스 바깥 왼쪽 부근에서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일본 특유의 패스축구 '스시타카(스시+티키타카)'에 무너졌다. 후반 11분과 15분에 오사코 유아에게 2골, 후반 26분 도안 리츠에게 1골을 허용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후반 34분 아타예프가 페널티킥으로 만회골을 터트렸다. 비록 패했지만 힘과 스피드를 앞세워 끝까지 따라붙는 저력을 보여줬다.

카펫을 만들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여성들. 마리(투르크메니스탄)=박린 기자

카펫을 만들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여성들. 마리(투르크메니스탄)=박린 기자

투르크메니스탄은 한국인들에게도 생소한 나라다. 2008년 한국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두 차례 맞대결에서 승리하면서 국내에 소개된 정도다. 2016년 가수 정은지가 아버지와 추억이 담긴 '하늘바라기'를 내며 "아버지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고 말하면서 잠깐 주목받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투르크메니스탄은 화려한 색채와 뛰어난 품질의 카펫이 유명하고, 117명의 여인들이 넉달을 걸쳐 완성한 세계에서 가장 큰 수제 카펫(가로 31.5m, 세로 12m)을 보유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카펫 박물관에서 카펫을 소개하는 직원.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투르크메니스탄 카펫 박물관에서 카펫을 소개하는 직원.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중앙아시아 국가 투르크메니스탄은 우즈베키스탄과 인접해있다. 인천에서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투르크메니스탄까지 비행시간만 총 15시간 40분이 걸린다. 2017년 6월 '아시가바트 실내 무도 아시안게임' 개막을 100일 앞두고 투르크메니스탄을 가본적이 있다.

모든 건물은 물론 가로등까지 하얀색인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모든 건물은 물론 가로등까지 하얀색인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수도 아시가바트는 우리말로 '사랑의 도시'란 뜻이지만 '흰색 도시'란 표현이 더 잘어울린다. 공항부터 아파트, 청사까지 모든 건물들이 흰색이다. 영화나 만화에서만 보던 가상도시 같았다.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61)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깨끗한 국가이미지를 위해 2014년부터 건물 외관을 흰색으로 칠하게했다고 알려져있다.

'투르크멘족의 나라'란 뜻의 투르크메니스탄은 1991년 소련의 해체와 함께 독립했다. 국토의 90%가 카라쿰 사막으로 덮여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4위(10조㎥ 추정)다.

국민들에게 전기·수도·가스를 무상에 가깝게 공급했지만 최근에는 재정적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85위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에 의존했던 교역관계를 확대할 필요가 생겼다.

실내무도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실내무도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니야조프 초대대통령 사후 2007년 집권한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2017년 2월 득표율 97.6%로 3선에 성공했다. 시내 곳곳에 대통령 초상화는 물론 황금동상이 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개방정책을 통해 국제사회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보건부장관을 지낸 그는 담배 판매와 실외 흡연을 엄격히 금지하고, 운동을 강조하며 건강 정책을 펴고 있다.

2017년 9월 독립 후 첫 국제행사인 실내 무도아시안게임을 개최했다. 16개 건물 신축에만 50억 달러(5조777억원)을 쏟아부었고, 태권도, 볼링, 주짓수 등 주로 실내종목을 치렀다.

태권도 시범을 펼치는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 마리=박린 기자

태권도 시범을 펼치는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 마리=박린 기자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은 한국인을 반겼다. 투르크는 '돌궐(突厥)'의 다른 발음이다. 같은 우랄 알타이 계통이었던 고구려와 돌궐은 끈끈한 동맹국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많은 투르크메니스탄인들은 삼성 휴대폰을 쓰고 현대 자동차를 탔다. 투르크메니스탄에 진출한 한국건설업체들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수주한 총액은 93억달러(11조원)에 이른다. 시민들은 한국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즐겨본다고 했다. 태권도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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