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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목요기획』의 「통일베트남의 오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의 전체적인 윤곽과 성격을 파악하고자 할 때는 매우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체제의 내재적 가치와 목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만일 오랫동안 관계가 없었던 한 국가가 소개되는 단계에서 일정한 편견이 개입된다면 그 편견은 장기적이고 강도 높은 효력을 갖게 된다.
지난 주 KBS-1TV의 『목요기획-통일베트남의 오늘』(밤10시)은 이질적 체제에의 접근이 지난한 작업임을 실증해 주었다.
이 프로그램은 우선 통일전의 상태와 통일된 현재의 상태를 역사적이고 입체적인 방식으로 대비시키는데 실패하고 있었다.
이 프로는 통일전 베트남의 피상적인 인상과 통일후의 빈곤상을 대비하는 평면적이고 기능주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과연 장기간에 걸친 외국군 주둔의 부산물인 고급승용차와 유흥가, 최고의 외제품이 통일전 베트남사회의 진상을 설명해줄 수 있는가. 또 피폐한 거리, 목탄버스와 자전거행렬, 노점상, 노숙, 구걸, 출국신청자행렬, 전기부족이 통일베트남의 전부일 수 있는가.
통일전의 베트남은 초강대국 미국·프랑스·일본이라는 강력한 외세와 힘겹고 처절한 싸움을 치러야했던 전장이었다.
전쟁의 상흔이 전 국토를 할퀴고 있는 와중에서의 부패와 향락은 부도덕하고 예외적인 특권층의 삶이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통일후의 베트남은 표면적인 빈곤과 반사적인 경제개발 욕구보다는 강력한 외세를 물리치고 민족통일을 성취했다는 자부심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현실을 소개하면서 베트남의 사회주의 국가적 경제특성은 설명하지 않고 월수입을 한화로 환산해 비교하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는 베트남전을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하고 베트남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리포트가 들어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무게중심은 냉전이데올로기의 연장선상에 서있었고 철저한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일관했다.
만일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한국사회의 자본주의적 지향점인 자유와 복지의 확대라는 측면을 무시하고 과정상의 부작용만을 강조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겠는가. <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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