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판결에···"日, 한국에 트럼프식 관세 보복도 거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강제 징용 재판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조치 마련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보수성향의 산케이 신문이 7일 한국산 제품을 겨냥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보수성향 산케이 "관세 올리자는 각료 있어" #스가 "각 부처 연계해 대응조치 검토 심화" #"손 안에 무슨 카드 쥐었는지 공개 못한다" #국제법 절차 외 경제적 조치도 검토 가능성 #日 방송뉴스들, 한국 국방부 영상 허점 부각 #아사히 "저공비행 당했다며 중지 요청 없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산케이는 “아베 총리는 구체적인 대항책(대응조치)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내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식처럼,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면 좋을 것’이라고 말하는 각료가 있는 등 관세법 개정을 통한 제재조치를 요구하는 주장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내에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주장이 있는지, 아니면 정부 주변에 떠도는 얘기를 보수 언론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는 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일본내엔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처럼 관세로 한국을 압박하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서 6일 방송된 NHK ‘일요토론’ 프로그램에서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한국내 자산압류를 신청한 것과 관련 “이런 움직임은 지극히 유감”이라며 “구체적인 조치를 검토할 것을 정부 부처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7일 새해 첫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압류 신청)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총리의 지시가 있었던 만큼 국제법에 기초한 의연한 대응을 위해 정부 각 부처가 협력해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검토를 더욱 심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대응 조치 검토에 대한 총리의 지시가 언제,어떤 형태로 있었느냐'는 질문엔 "이번 사태에 대한 일련의 검토 과정에서 지시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또 대응조치의 내용과 발표시기에 대해서도 "현재 정부 각 부처가 연계해 검토를 심화하고 있지만,(상세하게 말하면) 손 안(에 쥐고 있는 카드)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발언은 자제하겠다"고 했다.

그는 "양국관계에 부정적인 한국측의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해 나가겠다"는 말도 했다.

아베 총리와 스가 장관이 잇따라 '국제법에 기초한 대응'을 준비중이라고 밝힌 만큼 1965년 청구권 협정에 규정돼 있는 양국간 외교적 협의와 중재위원회, 또 일본 정부가 추진중인 국제사법재판소에의 제소 등 법적인 조치가 우선 거론된다.

하지만 산케이의 보도대로 경제적 대응 조치가 추가로 취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국민에 대한 출입국 절차나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방안 등 별도의 입법 조치 없이 취할 수 있는 행정적 조치들이 거론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관광비자로 입국해 취업활동을 하는 출입국 위반 사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 한국인에 대한 법 집행을 엄격하게 할 수도 있다” 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레이더 조준'관련 영상. [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처]

일본 방위성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레이더 조준'관련 영상. [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처]

한편 일본 방송사들의 '와이드 뉴스' 프로그램들은 7일 많은 시간을 할애해 한·일간 '레이더 조준' 분쟁을 집중 조명했다.
대부분은 지난 4일 한국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의 허점을 부각하는 내용이었다.

또 7일자 아사히 신문은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 군사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은 일본 자위대 초계기의 '저공 비행'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당시 한국 군함은 ‘저공 비행’의 중지를 요구하는 통신이나 신호를 일본에 보내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가 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화기 관제 레이더 조준은 예기치 않은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극히 위험한 행위"이라며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국측 영상 공개에 대해선 "방위성의 입장과는 다른 주장이 보인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계속 양국 방위 당국이 필요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