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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조에 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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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은좌팔정목이라면 땅값 비싼 일본에서도 가장 비싼 금싸라기 지역이다. 이곳에 81년 3월 4면을 유리로 둘러싼 11층 신축 건물이 불쑥 나타났다. 건물 상층부엔「일본 리크루트 센터」라는 이름이 빛났다. 리크루트라니, 무슨 회사냐고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큼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리크루트라는 회사는 일본에서 생소한 무명의 출판사였다.
더구나 그 무명의 출판사가 죽하 내각을 뒤흔들다 못해 결국은 수상마저 자리를 물러서게 한 리그·루트 스캔들의 장본인이 될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 리크루트 그룹의 회잠 「에조에」(강부호정), 키 1m64cm, 체중 50kg.반백의 왜소한 53세의 볼품없는 사나이가 창업 20여년 만인 80년 5백억엔, 83년엔 2배가되는 1천억엔을 벌어들이는 거대한 정보전문 출판사의 총수로 부상한 것이다.
동경대 교육학부 교육 심리학과를 졸업하던 그해 친구 한명과 함께 대학신문 광고사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학생시절 동대 신문 광고 아르바이트의 경험을 살려 구인광고를 유치하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곧이어『기업에의 초대』라는 취업정보 잡지를 창간했다. 이 잡지가 오늘의 리그루트를 만들어낸『리크루트 북』이라는 기업 상징물이 되고 해마다 봄이면 NHK방송은『리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의 대학생 최고인기 기업은…』이라는 취업정보센터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된다.『리크루트 북』을 모체로 해서 그는 사업을 계속 확장해 나간다.『월간 리크루트』『취직저널』『주간 취직 정보』『주간 주택 정보』로 이어져 79년에서 83년 사이 해마다 2배씩의 급정장을 거듭하면서 83년에는 일본 최대 출판명문인 강담사 소학관을 누르고 법인세 납부 랭킹 1위에 오르게 된다.
이를 두고 일본의 모든 매스컴들은 『리크루트의 경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0년이라는 짧은 세월에 보수적 일본 재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에조에」의 신화가 하루아침에 깨졌다. 출판업으로 시작했던 리크루트가 골프장·호텔·목장 매입 등으로 부동산사업에 발을 내디디면서 그의 파국은 시작된 것이다.
『시류에 편승하라』는 그의 철저했던 시류편승 경영철학이 끝내한 우물을 파지 못한 채 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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