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일반 병실서 이틀째 치료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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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증앙포토]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증앙포토]

정부의 KT&G 사장교체 시도와 적자국채 발행 압력이 있었다고 연이어 주장한 뒤 돌연 극단적 선택을 예고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3일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이틀째 치료를 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신 전 사무관이 이날 오후 6시쯤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뒤 입원해 일반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의 상태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여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이 보라매병원에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이유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았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신 전 사무관을 병문안하고자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았지만 신 전 사무관을 만나지는 못했다. 구 차관은 이날 오후 8시10분쯤 병원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개인자격이 아닌 기재부를 대표해 병원에 왔지만 신 전 사무관이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만날 수 없었다”며 “가족들이라도 만나보려 했는데 가족들이 경황이 없는 상태여서 못 만났다”고 했다.

그는 신 전 사무관 측이 만남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병원 측에는 진료에 최대한 신경을 써서 조기에 쾌유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신 전 사무관의 부모와 대학 동문 선후배들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신 전 사무관의 부모는 극단적 선택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을 대신 사과하면서 향후 필요한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또 “심성이 여린 재민이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주위에 폐를 끼친 점을 많이 괴로워했다”며 “본인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 나선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커져 버리기도 했고, 스트레스가 심각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려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시절부터 신재민을 지켜봐 온 선후배 일동’이라고 밝힌 신 전 사무관의 동문은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그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고, 그가 오해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며 “다만 관료조직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한 구성원이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의 극단적 시도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4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그의 폭로와 관련 진상조사 및 지원 방안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사실관계를 시시비비 밝혀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한치의 흠도 없도록 공익제보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이날 낮 12시40분쯤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경찰에 발견됐다. 신 전 사무관이 처음 옮겨진 보라매병원 측은 “도착 당시 의식은 있는 상태였지만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의 KT&G 사장 및 서울신문 사장 교체 압력 의혹,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을 제기해왔다.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채발행 의혹과 관련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와 차영환 당시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목하기도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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