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8)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심 결심 공판 출석 이후 118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2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6일 1심 결심 공판엔 출석했으나 10월 5일 1심 선고, 12월 12일과 26일 두 차례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는 불출석했다. 건강 문제와 재판 생중계가 불출석의 이유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항소이유 및 항소심 쟁점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기 위해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전 인적사항과 항소 사실 여부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모두 “네”라고 대답했지만, 재판장이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411219…. 뒤에 번호를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411219는 이 전 대통령의 생년월일이다.
이 전 대통령은 뿔테 안경을 쓰고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으로 나타났다. 왼쪽 옷깃엔 수용자 신분임을 알리는 하얀색 구치소 표식 배지가 달려 있었다.
이날 공판에는 정동기 전 민정수석, 이재오 전 의원 등 이 전 대통령의 측근 10여명이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측근들에게 “열심히 일하면서 부끄러운 일이 없었다는 것이 나의 확신”이라며 “한 해를 보내며 여러분을 직접 만나 손을 잡아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는 송년 메시지를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 준비기일에서 1심 때와 달리 증인 15명을 신청해 재판부의 채택을 받았다. 오는 9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을 시작으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이 전 대통령 과거 측근들도 법정에 증인으로 선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240억 원대 횡령과 80억 원대 뇌물 혐의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여 원을 선고받았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