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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저출산 南보다 심하다..."1980년대생 평균 출생아 0.6~0.9명"

중앙일보

입력

북한 평양산원의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평양산원의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의 저출산 추세가 남한보다 심각한 수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90년대 대기근 이후 자녀를 적게 낳는게 생존에 유리하다는 가치관이 형성된 때문이다.

정세균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2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한인구와 보건의료 이해 및 발전 방향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수연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북한의 출산 및 모자보건’이라는 주제로 북한의 저출산 추세에 대해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북한 사회의 폐쇄성으로 자료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연구는 하나원에 입소한 북한 이탈주민 202명 대상 설문조사와 개성고아단 A공장 근로자 442명의 입사자료, 북한 이탈 여성ㆍ의료인 20명 인터뷰 등을 종합해 이뤄졌다.

연구 결과 1950년대생인 북한 기혼 여성의 경우 쳥균 출생아수가 2.2(하나원)~2.5명(개성공단)에 달했지만 1960년대생은 1.6~1.9명, 1970년대생 1.2명으로 줄었다. 1950년대생의 자녀 세대인 1980~1989년생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는 0.6~0.9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1.052명)과 비교해도 북한의 저출산 추세는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기를 업고 길을 걷는 평양의 젊은 엄마 [중앙포토]

아기를 업고 길을 걷는 평양의 젊은 엄마 [중앙포토]

북한의 급격한 출생아 수 감소는 1990년대 북한에서 발생한 대기근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연도별 20~44세 북한 기혼여성의 출산 건 수를 보면 기근이 한창이던 1997년 예년의 절반 이하로 꺾였다. 기근 이후 소자녀관이 확산됐다. 김 연구원은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북한 이탈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저도 하나도, 제 친구들도 하나만 낳았어요.”(북한 이탈민 A)

“우리 동창 나이(66년생)가 대체로 거의 다 한 명씩이에요. 간혹 가다 둘 있어요. 그런데 대체로 한 명씩이에요. 우리 세대는 다 아이를 낳기 싫어해요. 북한이 살기 어렵기 때문에…. 그래서 결혼식 하면 신부에게 바로 행방(장사)하러 떠나자고 얘기해요.”(북한 이탈민 B)

“저만(68년생) 해도 96년에 딸 하나 낳았고, 우리 친구들도 2명 있는 친구가 없죠.”(북한 이탈민 C)

여성들이 생계 활동에 나서면서 출산을 포기하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북한 정부가 최근 몇년새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정책 효과가 높지 않다. 젊은층 사이에서 자녀를 아예 낳지 않거나 낳더라도 하나만 낳는 분위기가 자리잡은 탓이다.

김 연구원은 “경제난과 기금을 겪은 북한의 젊은 세대에 결혼과 배우자, 자녀에 대한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여성이 생계 주체자로 나서면서 이들의 출산 의지가 약화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재 북한의 합계출산율이 당장 떨어지지 않더라도 향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보건의료지원을 위해 북한 출산과 모자보건 실태에 대해 남북한 공식 조사 채널이 필요하다”며 “기금과 경제난 영향으로 인한 출산 기피, 영양부족, 모자보건 악화는 남북한 미래 인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남북 공동의 지원 협력ㆍ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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