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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청부살인"···'잊혀질 권리' 송명빈, 직원 폭행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서울 마곡에 있는 마커그룹 사무실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사물실 앞에는 회사 간판도 모두 철거됐다. 박해리 기자

28일 서울 마곡에 있는 마커그룹 사무실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사물실 앞에는 회사 간판도 모두 철거됐다. 박해리 기자

인터넷에서 ‘잊혀질 권리’를 주창한 디지털 분야 권위자인 송명빈(49) 마커그룹 대표가 수년간 직원을 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8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마커그룹 직원 양모(33)씨는 상습폭행, 상습공갈,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송 대표를 지난달 8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양씨는 이 회사 부사장 최모(47)씨도 폭행과 협박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고소했다. 서울남부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강서경찰서는 지난 6일 양씨를 먼저 불러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송 대표로부터 둔기로 피멍이 들 때까지 맞는 등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 대표는 “청부살인으로 너와 네 가족을 해치겠다” 등 수십 차례 협박하는 발언까지 일삼았다고 한다. 양씨는 이러한 상황이 담긴 동영상과 녹취 파일을 경찰에 제출했다.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가 지난 5월 21일 서울 강서부 본사에서 직원 양씨의 머리를 때리고 있다. 28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양씨는 상습 폭행, 강요 등을 당했다며 송 대표와 이 회사 부사장인 최 모 씨를 지난달 8일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연합뉴스(경향신문 제공)]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가 지난 5월 21일 서울 강서부 본사에서 직원 양씨의 머리를 때리고 있다. 28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양씨는 상습 폭행, 강요 등을 당했다며 송 대표와 이 회사 부사장인 최 모 씨를 지난달 8일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연합뉴스(경향신문 제공)]

경찰에 따르면 양씨와 송 대표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송 대표는 “양씨가 배임ㆍ횡령을 저질렀다. 이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녹음 파일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찾아간 서울 마곡 마커그룹 사무실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는지 사무실에는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문을 두드려도 답이 없었다. 건물 1층에 있는 붙어있는 건물 내부 안내에는 마커그룹 회사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사무실 앞에는 회사 이름을 표시한 간판이 떼 져있었다.

양씨는 2016년 8월부터 퇴사 전까지 마커그룹 대표를 맡았다. 양씨 퇴사 후인 지난 7월27일 송씨가 마커그룹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양 씨는 마커그룹이 강원도청과 함께 설립한 디지털 소멸 전문기업 강원도 법인 주식회사 달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 강원도 법인의 사무실 주소지는 마커그룹과 동일한 마곡이었다.

28일 서울 마곡 마커그룹이 위치한 건물 1층 내부 안내판에서 마커그룹 회사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커그룹이 강원도청과 함께 설립한 디지털 소멸 전문기업 강원도 법인 주식회사 달도 이곳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박해리 기자

28일 서울 마곡 마커그룹이 위치한 건물 1층 내부 안내판에서 마커그룹 회사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커그룹이 강원도청과 함께 설립한 디지털 소멸 전문기업 강원도 법인 주식회사 달도 이곳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박해리 기자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회사 자체가 피고소인인 송명빈 대표와 최 부사장, 양 씨까지 3명밖에 안 되는 작은 회사라서 서로 이런저런 일이 엮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1월 초 송 대표와 최 부사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커그룹은 양씨가 퇴사한 이후 2명의 직원을 더 채용했다. 양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후 해외로 출국했다.

송 대표는 디지털 소멸 원천 특허인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DAS)’을 세계 최초로 보유한 인물이다. 『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란 책을 2015년에 출간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현재 성균관대 겸임교수이자 방송통신위원회 상생협의회 위원으로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타운 우수멘토로 활동했으며 문재인 대선캠프 집단지성센터의 디지털소멸소비자주권강화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송 대표 측과 몇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송 대표와 최 부사장은 1월초 경찰 출석 요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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