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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우윤근, 김태우 명예훼손 고소 정말 불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2009년 건설업자 장모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의 첩보를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전 청와대 특감반원)에 대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측이 명예훼손 고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법조인들 의견 들어보니

우 대사 측 변호인이 “법리 검토 결과 김 수사관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성립이 어려워 고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명백한 허위는 맞지만, 고소의 실익이 없다는 의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법조계 “상대방 처벌 안될까 두려워 고소 못한다?…글쎄”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우 대사 측에서 김 수사관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는 명예훼손의 ‘고의성’ 때문이다. 유포 당사자가 소문이 거짓인 걸 알았거나 제대로 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퍼트렸다는 게 입증돼야만 처벌이 가능해진다.

당시 김 수사관은 제보자를 직접 만나 1,000만원을 주고받았다는 근거가 담긴 녹취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 수사관이 당시 제보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고 공익을 위해 첩보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면 위법성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소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강제 수사권이 있는, 그것도 청와대 특감반에 소속된 검찰 수사관이라면 일반 사람들보다도 사실 관계를 세세히 조사해야할 의무와 권한이 있다”며 “제보 내용이 허위였다면 김 수사관은 제보자의 말만 일방적으로 듣고 첩보를 작성한 셈이니 상당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고소해도 사건 실체 못 밝힌다?

우윤근 주 러시아 대사 측이 공개한 2016년 4월 건설업자 장모씨와의 돈 거래 차용증.

우윤근 주 러시아 대사 측이 공개한 2016년 4월 건설업자 장모씨와의 돈 거래 차용증.

김 수사관 처벌과 별개로 우 대사가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우 대사 측 변호인에 따르면 우 대사도 “검찰에 의해 진실이 깨끗이 밝혀져야 뒤탈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다만 “명예훼손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허위사실 적시의 고의성만 따지지 소문의 진위까지 수사하진 않는다”는 게 우 대사 측 주장이다. 만일 검찰이 제대로 된 실체 규명 없이 김 수사관을 무혐의 처분하면 여론이 우 대사가 1000만원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므로 차라리 고소를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은 대부분 검찰에서 사실관계도 함께 조사한다”고 말했다. “사실적시냐 허위사실 적시냐에 따라 처벌 수위도 달라지기 때문에 진위 여부 규명이우선이고, 고의성이 있었는지 따지는 건 두 번째”라는 설명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 사건의 경우 만일 고소장이 접수된다면 김 수사관의 허위사실 인지 여부에 수사 초점을 맞추게 되는 건 맞다”면서도 “당사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 관계 확인 과정은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돈 받은 적 없다면 무고 우려도 없다”

만일 김 수사관이 무혐의가 나올 경우 반대로 우 대사가 무고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을까.

서정욱 변호사는 “무고 역시 고의성이 입증돼야만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수사 결과 우 대사가 돈을 받았다는 정황이 나오지 않는 이상 무고죄가 적용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우 대사 측은 “고소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는 입장이다. 추후 진행상황 등을 지켜보겠다고 한다.

사업가 장씨가 입을 여는 등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장씨는 사건이 불거지자 “우 대사에게 2009년 돈을 준 게 분명히 맞으며 이를 입증한 또 다른 녹취파일도 존재한다”고 측근을 통해 언론에 밝힌 바 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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