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대비 5월에 하려던 청와대 개편 설 전후로 당겨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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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 개편 시기가 내년 설 전후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7일 중앙일보에 “2020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인사들을 중심으로 5월에 개편하는 안과 설을 전후해 개편하는 안 등 두 가지 계기가 유력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시기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감반 등 돌출, 앞당겨질 가능성 #청와대 인사 “문 대통령 시기 고심” #출마 예상자 10명 안팎 교체 대상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당초 청와대 개편은 총선 1년 전인 내년 5월이 유력했다. 총선에 출마할 참모들이 지역구 관리 등을 위해 최소 1년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하면서 내부적으로 정해졌던 개편 시점이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관의 음주운전 등 기강 해이 문제가 불거진 데 이어 특별감찰반에서 활동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폭로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쇄신 차원의 조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미 정무수석실에서 일부 참모들과 면담을 통해 총선 출마 의향과 전출 시기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안다”며 “후임자 물색과 인사평가 등에 한 달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한 사전조치의 성격”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11일 청와대 경내에서 참모들과 티타임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11일 청와대 경내에서 참모들과 티타임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에서 거론되는 총선 출마 대상자는 10여명에 달한다. 재선 의원 출신의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초선을 지낸 한병도 정무수석, 그리고 정태호 일자리수석, 송인배 정무비서관, 조한기 1부속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대상자로 분류된다. 이들 중 일부는 출마 지역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고, 일부는 이미 주말마다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성과를 강조하는 배경도 내년 초 청와대 개편과 관련이 있다”며 “지역구에서 경쟁하려면 단순히 청와대 근무 경력이 아닌 실질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임종석 비서실장 등 청와대 수석급 인사들을 관저로 불러 송년 만찬을 한 자리에서도 “정책 성과를 내는데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청와대에는 국정홍보비서관, 의전비서관, 경제정책비서관, 일자리기획비서관, 과학기술보좌관 등 비서관 이상 가운데 다섯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2월 초에 총선 출마용 개편이 함께 이뤄질 경우 비서실 개편 폭은 훨씬 커진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세번째)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세번째)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핵심 인사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근무했던 참모들의 경우 이미 자체적으로 정한 임기를 채웠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청와대 비서실 인사는 빈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인사가 상당 규모로,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나중에 합류한 구청장 출신 비서관들은 지역구 관리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청와대 근무 경력이 짧기 때문에 총선에 임박해서야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정책조정ㆍ김우영 제도개혁ㆍ민형배 자치발전 비서관 등이 이런 경우라고 한다.

1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왼쪽 두 번째)이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왼쪽 두 번째)이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문 대통령이 청와대 2기 출범으로 분위기 쇄신을 꾀하겠다고 결심할 경우 교체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임종석 비서실장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 고위 인사는 “정치인이 선거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상징성이 있는 임 실장의 경우 2020년 총선에 임박해 당의 요청에 따라 험지나 정치적 의미가 있는 지역에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의 교체 시기와 관련해서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의 실질적 성과가 나는 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태화ㆍ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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