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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맨 흔적 뚜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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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은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88년 예산 집행의 결산과 89년 예산」을 심의, 통과시켰다.
북한의 금년 예산 규모는 3백35억5천70만원(1백56억4백98만달러)으로 88년 예산액보다 세입은 5.2%, 세출은 6% 증가된 수준이다.
예산 규모상의 특징은 계속적인 긴축 예산 편성이란 점이다. 70년대에 통상 10%대였던 세입 증가율이 80년부터 줄어들어 85에 4.3%, 86년에는 4%를 기록, 북한 경제의 정체를 보여준 바 있다.
87, 88년에 각각 6.3%, 5.1%를 기록해 약간 늘어나기는 했으나 금년에도 여전히 5%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로 미루어 투자 규모가 크고 회임 기간이 긴 기본 건설 부문에 원자재와 노동력이 집중 투입 돼 다른 부문의 생산 활동에 상대적 침체를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정부장 윤기정은 예산보고 자리에서 금년 예산의 성격을 내부 원천을 동원, 자체 예산 수입으로 재정 지출을 충당하는 「자주적인 경제 건설 예산」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외자 도임보다 내자 동원에 더 역점을 둘 것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의 3차 7개년 계획의 3년째인 금년 예산의 세출비목에 나타난 경제 사업의 중점은 계속 변함이 없다. 이 계획은 경제의 「주체화·현대화·과학화」를 전제로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기술 개조 촉진과 주민 생활 수준 향상 등을 과제로 삼고 있다.
금년 예산은 기술 개조 촉진과 관련해 기계공업·전자 자동화 공업에 투자를 집중키로 하고 기계 공업 부문 투자를 전년에 비해 16% 늘려 잡았다. 또한 과학 기술비를 전년보다 35% 증대키로 했다. 87년 예산에서 기계 공업 부문 투자를 10% 늘려 잡았던 것이나, 87, 88년에 과학 기술비를 각각 그 전해보다 32%, 40% 증대시켰던 것은 바로 이 계획에 따른 것이다.
특히 작년 11월 노동당중앙위 회의가 공작 기계 및 전자·자동화 공업의 신속한 발전을 금년 경제 목표로 설정한 이래 생산 공정의 자동화·로봇화·컴퓨터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배경에는 낡은 생산 시스팀, 시설 장비의 노후화, 선진 기술 도입의 부진으로 인한 생산력 발전의 정체가 놓여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제품의 기술 수준과 생산비 등 경제성보다 「주체적」 기술만으로 기계를 생산한다는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대외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주민 생활 수준 향상과 관련, 예산 보고에 금년 예산을 「인민적 예산」으로 규정하고 경공업 부문 투자가 전례 없이 88년보다 13% 증대되었다. 87년 예산에서 이례적으로 경공업 투자를 한해전보다 5% 증대시킨다고 발표한 이래의 주목되는 변화다.
김일성은 금년 신년사에서 올해를 「경공업의 해」로 규정해 주목을 끈바 있다.
금년 예산에서 일반 공업 건설 투자와 농업 투자는 각각 전년비 9%, 7% 증가를 보이고 있다.
한편 국방비 비중은 12.1%로 작년보다 0.1% 감소되었으나 실질 금액은 89년 40억5천9백63만원(18억8천8백20만달러), 88년 38억6천2백63만원으로 약1억9천7백만원(전년비 5.1%증)이 증대되었다. 86, 87%년의 국방비가 약39억7천만원이었음을 볼 때 거의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된다.
다만 북한의 국방비 비중이 66년 이전까지 10% 내외였다가 67∼71년간은 31∼32%선으로 급증했던 점, 72년 이후 15∼17%수준으로 격감되고 82년부터 5년간 14%대를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이는 「예산 지출의 변화」라기보다 「예산 항목의 변경」을 의미) 일단 표면상 증가율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군사비가 다른 예산비목, 즉 인민 경제비와 사회 문화 시책비에 분할되어 계상되므로 명목상의 국방비가 전체 군사 비용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실질 군사비 비중을 60년대말을 근거로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밖에 사회 문화 시책비를 전년비 5.6% 늘려 잡고 있는데 이는 7월 세계 청년 학생 축전의 영향이 큰 듯하다. 86, 87년에 각각 2%, 1%였으나 88년에 5.5% 증가되었던 것이 이를 반증해 준다. 축전과 관련, 주요 건설 대상에 평양∼개성간 고속도로와 평양 국제 비행장 건설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발표된 88년의 결산 내용을 보면 세입 3백19억5백80만원(1백48억3천9백91만달러), 세출 3백16억6천90만원(1백47억2천6백만달러)으로 2억4천4백90만원의 흑자를 나타냈으나 세출면에서 당초 예산안에 비해 0.6%줄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결산 내용에서는 88년의 실적을 부문별로 예시하면서도 공업 총생산 및 농업 총생산의 실적은 83년과 85년 이외에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총체적으로 보아 금년에는 신규 건설 사업에 착수하기보다 상반기에는 주로 7월 평양 축전 관련 대상 건설 마무리에 주력하고 하반기에는 기계공업·전자 자동화 공업 및 경공업을 중심으로 생산 전반의 활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유영구 동서문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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