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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뗀 김광두 "적폐청산, 기업에 부담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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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26일 “기업이 느끼는 노조의 불법행위는 과다하다"며 "적폐청산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을 하려는 분위기를 좀 더 잘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다. 김 부의장은 또 업종별 민관 대화채널인 산업혁신전략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고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이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김광두 부의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에 사의를 밝힌 김 부의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19년 1월 1일부터 국가미래연구원장직을 다시 맡게 됐다"고 알렸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김광두 부의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에 사의를 밝힌 김 부의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19년 1월 1일부터 국가미래연구원장직을 다시 맡게 됐다"고 알렸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 부의장은 이날 김 보좌관의 브리핑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적폐청산과 노조활동에 관해 정확히 브리핑되지 않았다”며 발언의 요지를 재차 적었다. 그러면서 “적폐청산의 범위와 기준이 애매해 다수 기업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범위와 기준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노조활동의 자유는 인정해야 하지만 불법행위는 막아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김광두 서강대 교수와 얘기하고 있다.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김광두 서강대 교수와 얘기하고 있다.중앙포토

 김 부의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부터 “산업이 기존 전략과 정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다.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런 뒤 “변화와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 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우리 산업이 처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대목을 놓고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한계를 지적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 부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렸던 보수 학자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았지만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했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 연일 쓴소리를 해오다 결국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자리에 앉기 위해 김광두 부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자리에 앉기 위해 김광두 부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그는 이날 회의 전 “오늘이 마지막인가”란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겠냐”며 부의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만류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러지는(만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것은 김 보좌관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부의장의 사의 표명은 있었지만 이를 수리할지 재신임할지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이날 회의에서 사의 표명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고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말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내년 초쯤 (사표 수리나 재신임 등)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오른쪽은 김광두 부의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오른쪽은 김광두 부의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 부의장은 이어진 오찬 간담회에서도 “전체 경제를 지탱해 왔던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반면 토론에 참석한 다른 인사들은 “재벌 개혁이 필요하다”(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사람 중심의 기업 혁신이 필요하다”(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의견을 냈다.
 다만 일부 자문위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노동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한계기업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속도 조절론도 제기했다고 김현철 보좌관이 전했다. 탄력 근로제 연장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지금까지는 추격형 경제로 큰 성공을 거둬 왔는데 이제는 계속 그 모델로 가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가 새로운 가치를 선도적으로 창출해서 산업화를 이끄는 단계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그 점이 좀 안 되고 있다”며 “그것에 대한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오늘 해주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의장이다. 문 대통령이 이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1년 만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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