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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주도 탈원전 반대 서명운동 1주 만에 10만 돌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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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유한국당이 지난 17일 ‘정책저항 운동’ 1호로 발표한 ‘탈원전 반대,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 촉구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이 1주일 만에 10만 명을 돌파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25일 “졸속 탈원전 정책 1년 만에 원전산업은 고사되고 지역경제는 붕괴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10만 명을 돌파했다. 지역에서 호응이 높은 데다 아직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아 100만 명 달성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탈원전을 ‘정책저항 운동’ 1호로 내세운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정부 실정 때리며 PK 공략 효과 #범여권이 다수 창원시의회도 #“지역경제 타격” 탈원전 폐기 촉구

①PK 공략=PK(부산·울산·경남) 지역은 한국당이 ‘고토 회복’을 노리는 지역이다. 한때 한국당의 핵심 기반이었지만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193만4600표)이 한국당 홍준표 후보(171만4500표)보다 20만 표를 더 획득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부산시장과 경남지사를 민주당이 차지하며 지역 판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하지만 요즘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게 한국당의 판단이다. 당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PK 민심이 돌아섰고, 여기엔 탈원전 논란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고리 원전(부산 기장)과 신한울 원전(경북 울진) 폐쇄를 추진하면서 PK 경제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경남의 최대 도시 창원의 시의회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게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창원시의회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21명 동수이고 정의당과 민중당이 각각 1명으로 범여권이 더 많다. 하지만 무기명투표 결과 23대 21로 결의안이 통과됐다. 범여권에서 ‘반란표’가 나온 셈이다. 창원시의회 구점득 한국당 의원은 “탈원전을 하면서 창원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두산중공업이 큰 타격을 받았고, 원전 부품 등을 제조 납품하는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면서 지역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 의원은 “여당 의원들도 탈원전 반대 결의안이 부결됐을 때 지역에서 일어날 후폭풍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야성(野性) 강화=‘행동하는 야당’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포석도 있다. 장외에서 대중을 동원하며 움직이는 야당의 모습을 과시하기에 이 같은 서명운동이 적절한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1월부터는 국회도 열리지 않아 동한기(冬寒期)로 분류되는데, 서명 활동을 통해 웰빙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한편 각 의원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독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후 무기력감에 빠져 있는 당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는 계산도 들어 있다. 여기에 정유섭·이채익·곽대훈·최연혜 의원 등 개별 의원들이 이미 지난해부터 탈원전 각개격파에 나선 것도 장점이다.

③정부 실책 편승=청와대의 스텝이 꼬인 것도 야당으로선 호재다. 11월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방문 목적을 ‘원전 세일즈’라고 알리면서 ‘이중 행보’라는 논란이 일었다. 국내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해외에선 ‘안전하다’며 원전 세일즈를 나선 게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기조는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최연혜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도 원전이 60년은 가니 문제가 없다’는 말로 기만하지만 이미 많은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대한민국 원전 고사(枯死) 정책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성운·이병준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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