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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발 증시 ‘검은 성탄절’…미 -2.91 일 -5.01 CAC -1.4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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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닛케이 225지수가 1년 3개월 만에 2만 선이 무너졌다. 25일 일본 도쿄 전광판의 닛케이 지수. [AFP=연합뉴스]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닛케이 225지수가 1년 3개월 만에 2만 선이 무너졌다. 25일 일본 도쿄 전광판의 닛케이 지수. [AFP=연합뉴스]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다. 산타클로스 대신 공포가 크리스마스의 주식 시장을 찾아왔다. 25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급락했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1년 3개월 만에 2만 선이 무너지며 충격에 휩싸였다. 하루 동안 지수 하락폭(1010.45)으로는 지난 2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므누신 현장점검이 불안감 촉발 #미국 3대 지수 일제히 하락 이어 #닛케이 15개월 만에 2만선 붕괴 #“달러 강세 이끈 트럼프 버블 꺼져”

닛케이지수는 지난 10월 2일 고점과 비교해 석 달도 안 돼 20% 넘게 하락했다. 엔화 약세와 무제한 돈 풀기를 앞세워 경기 회복을 노렸던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 정책)’에 급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노부치코 구라모치 미즈호증권 투자정보센터장은 “공포에 휩싸인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기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의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주식 비중을 낮추고 채권과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것은 전날 급락한 뉴욕 증시다. 24일(현지 시간) 다우지수(-2.91%)를 비롯한 미국 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지수는 2.71%, 나스닥 지수는 2.21% 떨어지며 거래를 마쳤다. 유럽에선 런던 증시의 FTSE 지수(-0.52%)와 파리 증시의 CAC 지수(-1.45%)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에선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의 장기화 우려가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해임 논란 등도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6개 대형은행 경영진과 유동성을 점검하는 논의를 했다는 사실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미국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진 엔화는 강세를 이어갔다. 2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10엔 선에 다가서며 지난 8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비싸졌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뉴욕 증시가 급락하면서 도쿄 증시에서도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며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 관련주의 매도세가 몰렸다”고 보도했다.

엔화 약세를 유도해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아베 총리의 구상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 행동이 아베노믹스의 최대 장애물로 등장하는 양상이다.

미츠시게 아키노 이치요시 자산운용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주식 시장을 끌어올리고 달러 강세를 이끌었던 ‘트럼프 버블’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당분간 더 많은 종목의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 크리스마스의 공포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 엔화와 달리 한국 원화가치는 최근 약세를 보인 점이 변수다. 성탄절을 앞둔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125.2원으로 전날보다 2.8원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이나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 등 평상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블랙스완(검은 백조)’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악재가 겹치면서 미국의 실물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모두에서 부정적 흐름이 나타나면서 연말 증시가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시장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컸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가 모두 상황이 좋지 못하다”며 “국내 증시도 세계 증시 전반의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했던 추세가 꺾이고 있다”며 “최근 주가 하락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정완·조현숙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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