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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아빠처럼 날 버리지않을까’두려운 은정이에게 찾아간 초록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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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은정이(가명)는 증조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은정이가 네살 때 돈을 벌어 오겠다고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여든을 바라보는 증조할머니·할아버지가 은정이의 유일한 보호자입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상냥한 은정이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 많은 아이입니다. 그러나 마음 한쪽에는 증조할머니·할아버지가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자리해 잘 때도 증조할머니의 옷을 꼭 잡아야 잠이 들곤 합니다. 은정이의 소원은 증조할머니·할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는 것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엄마, 소식 끊긴 아빠처럼 자기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산타원정대에 참여한 김재희, 김보경, 김태양 씨(왼쪽부터). 장진영 기자

산타원정대에 참여한 김재희, 김보경, 김태양 씨(왼쪽부터). 장진영 기자

은정이는 새해에 초등학생이 됩니다. 은정이의 꿈은 발레리나입니다. 발레를 정식으로 배워 본 적은 없지만, TV에 나오는 발레리나를 보며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예쁜 발레복이 갖고 싶다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소원을 빌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은정이에게 깜짝 선물이 배달되었습니다. '몰래 산타'가 은정이 집 앞에 예쁜 발레복을 두고 간 것이죠. 선물 받은 발레복을 입은 은정이는 "진짜 발레리나가 된 것 같다"며 기뻐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민청에서 산타원정대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선물포장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생활용품 9가지를 포장해 소외계층 아동 500명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시민청에서 산타원정대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선물포장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생활용품 9가지를 포장해 소외계층 아동 500명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시민청에서 열린 '2018 산타원정대' 크리스마스 선물포장 행사에서 미키마우스와 배우 이준기(미키마우스 오른쪽), 신세경(미키마우스 왼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시민청에서 열린 '2018 산타원정대' 크리스마스 선물포장 행사에서 미키마우스와 배우 이준기(미키마우스 오른쪽), 신세경(미키마우스 왼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 2007년부터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선물을 전달하는 '산타원정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12년째로 매년 약 1만여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개인·기업단체 등의 후원자들이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로 변신합니다. 선물을 보내주거나 포장 또는 초록색 산타 옷을 입고 직접 배달하기도 합니다.

산타원정대 선물배달에 사용되는 자동차가 루돌프 모양으로 꾸며졌다. [사진 현대자동차]

산타원정대 선물배달에 사용되는 자동차가 루돌프 모양으로 꾸며졌다. [사진 현대자동차]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연계된 시설 어린이들에게 선물이 전달되고 있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연계된 시설 어린이들에게 선물이 전달되고 있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올해 처음 산타원정대에 참여한 회사원 김태양 씨는 "회사(현대자동차)에서 사회공헌 부문을 담당하고 있어요. 크리스마스를 맞아 임직원들과 함께 산타원정대에 참여했어요. 직접 아이들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봤는데 남자아이들은 드론을, 여자아이들은 장난감 화장품을 원하더군요. 직접 연계된 아이에게 줄 미니 드론을 준비했어요. 아이들이 제가 준비한 선물을 받고 행복한 연말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고 첫 산타가 된 소감을 밝혔습니다.

'2018산타원정대' 피날레 행사가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센텀시티 9층 문화홀에서 130여명의 후원자들이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이번 행사는 부산지역 저소득 소외계층 아동 500명에게 책가방, 목도리, 모자, 과자세트 등이 담긴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2억원 상당의 소원 성취금을 지원한다. 송봉근 기자

'2018산타원정대' 피날레 행사가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센텀시티 9층 문화홀에서 130여명의 후원자들이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이번 행사는 부산지역 저소득 소외계층 아동 500명에게 책가방, 목도리, 모자, 과자세트 등이 담긴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2억원 상당의 소원 성취금을 지원한다. 송봉근 기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연계 기관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테마 브릭(블록의 일종) 장식들로 꾸며진 4.2m의 브릭트리. 서울 청계천에 설치되었으며 소외계층 어린이들의 소원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사진 넥슨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연계 기관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테마 브릭(블록의 일종) 장식들로 꾸며진 4.2m의 브릭트리. 서울 청계천에 설치되었으며 소외계층 어린이들의 소원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사진 넥슨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직접 선물을 전달하는 것 외에 소외계층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재단에서 산타원정대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김보경 씨는 "작년에 3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38%(3874명)의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며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20%(2066명)의 아이들이 가족여행이 소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본인 말고 부모님에 관련된 소원을 대답하는 아이들도 많았구요. 재단은 캠페인을 통해 최대한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캠페인 산타원정대에 참여한 김재희, 김보경, 김태양씨(왼쪽부터). 장진영 기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캠페인 산타원정대에 참여한 김재희, 김보경, 김태양씨(왼쪽부터). 장진영 기자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돌봐줘야 할 이웃들이 많습니다. 그런 이웃들을 위해 오늘 하루 만이라도 몰래 산타가 돼 보는 건 어떨까요?

사진·글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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