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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민주당 “박근혜 때 카풀 허용”…법 해석 따라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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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 카풀 허용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카풀을 허용하도록 법을 개정했고 지금 와서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하고, 한국당은 이를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고 있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유한국당 소속 임이자(가운데) 의원 등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택시업계 생존권 보호를 위한 TF'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 의원은 " 카풀법과 관련된 민주당의 가짜뉴스 무단 유포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유한국당 소속 임이자(가운데) 의원 등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택시업계 생존권 보호를 위한 TF'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 의원은 " 카풀법과 관련된 민주당의 가짜뉴스 무단 유포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①한국당이 카풀 허용? =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카풀을 허용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강 대변인이 언급한 법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다. 이 조항은 ‘자가용 차량을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면 안 되고, 이를 알선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즉 카풀의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이 예외 조항이 카카오 카풀 사업의 법적 근거가 됐다는 게 강 의원의 설명이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81조 개정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다. ‘자가용을 유상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면 안 된다’고 돼 있던 조항에 ‘알선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해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UBER)의 국내 영업을 막으려 했다. 동시에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라는 예외 항목을 뒀다.

문제는 이 예외 항목이 법에 규정된 것은 1994년 일이라는 점이다. 당시 김영삼 정부가 도심 내 교통혼잡 해소와 대기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카풀을 권장하면서다. 한국당은 이를 근거로 카카오 카풀 합ㆍ불법 여부는 2015년 법 개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2015년 개정 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2015년 개정 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현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현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이 같은 반론에 대해 강 대변인은 24일 “2015년에 단서 조항이 ‘카풀을 알선할 수 있다’고 바뀐 것이기 때문에 카카오 카풀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법 개정 때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카풀)에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에 ‘알선’이 추가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 또는 임대하거나 이를 알선할 수 있다’로 바뀐 부분이 카카오 카풀이 가능한 법적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해석도 분분하다. 최진녕 변호사는 “2015년 이전 법을 포괄적 금지법으로 볼지 말지 법조문 해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만, 법 개정으로 카카오 카풀이 허용됐다고 볼 여지가 더 많다”고 말했다. 반면 강신업 변호사는 “(영업이 가능한) 예외 항목이 바뀌지 않은 이상 법 해석이 달라지진 않는다. 민주당 판단이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말 바꾸기는? = 강 대변인은 지난 21일 논평에서 “국면에 따라 말을 바꾸는 ‘두 얼굴 정치’와 갈등 유발로 국민의 이목을 끌어보려는 ‘포퓰리즘 정치’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20일 국회 앞에서 열린 카풀 반대 택시 집회에서 “어려워진 택시 업계 종사자가 더 어려워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택시 업계 옹호 발언을 한 나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자가당착이라고 본다. 정부 차원에서 공유 경제를 진흥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시초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공유 경제를 서비스 신산업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공유민박업과 쏘카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당시 공유 경제를 경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그러니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말 바꾸기 아니냐는 게 민주당의 비판이다.

2016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 자리에서 공유 경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6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 자리에서 공유 경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24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카풀을 시작한 데 문제가 있어 상생형 카풀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우리 당에서 카풀 자체를 반대한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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