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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갑질 백태 공개 “남친 만나면 콘돔 써라” “흰머리 뽑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갑질금지법’ 국회 조속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갑질금지법’ 국회 조속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대표 사례 50개가 비영리 공익단체 ‘직장 갑질 119’에 의해 발표됐다.

직장갑질 119, 하반기 제보 공개 #월평균 234건…폭언·괴롭힘 심각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12월 22일까지 들어온 이메일 제보는 1403건에 달했다. 월평균 234건, 하루 평균 8.25건의 제보가 들어온 셈이다.

제보 가운데에는 쉬는 날 가족과 워터파크에 간 직원을 도중에 돌아오라고 지시하거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 집안일을 맡기는 등 직원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한 회사의 임원은 여직원 A씨에게 “내가 오빠 같아서 걱정돼서 그러니 남친 만나면 꼭 콘돔을 써라”고 한 사례도 있었다. 이 임원은 자기 기분에 따라 트집을 잡아 직원들을 괴롭히는가 하면 성희롱 발언과 서류를 집어던지는 등 폭력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또 다른 회사의 경우 여직원 B씨가 임신 사실을 알리자 ‘육아휴직 내면 돌아올 자리는 없다’고 폭언을 하거나 상사가 본인이 없을 때 대표와 나눈 대화를 녹음하도록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밖에도 사내이사가 근무 시간에 술을 마시고 산소절단기와 해머로 계단을 부수는 황당한 사례도 나왔다.

‘엽기적 갑질’ 사례로는 ‘중국집 회식에서 여직원들 짜장면 먹고 난 그릇에 소주와 맥주를 섞어 더러운 술 마시게 하기’ ‘상사의 흰머리 뽑기’ ‘옥수수ㆍ고구마 껍질 까고 굽기’ 등도 나왔다. 엽기적 행각을 거절하면 회사생활이 어떤 방식으로든 힘들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자리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번 사례 발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에만 ‘센터장 지인 선거운동 동원’ ‘대표 집안 쓰레기분리수거 및 약수 배달’ ‘조합장 부인 차 세차’ ‘초콜릿 21만원 강매’ ‘재고 파악 못 해 벌금 700만원 강요’ 등 다양한 갑질들이 벌어졌다.

직장갑질 119 관계자는 “직장인들은 황당한 갑질을 당해도 신고할 곳을 찾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며 “폭언, 인격 모독, 괴롭힘 등을 당하거나 잡일 강요를 당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기록하고 녹음을 하고 증거를 수집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26일 법사위, 27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며 “올해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직장 갑질에 고통받는 직장인들의 공분이 국회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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