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1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북핵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환담하고 있다.청와대
정 실장은 이날 청와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9ㆍ19 공동선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육성으로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북한도 비핵화 과정을 되돌릴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남북 문제는 쉬운 일부터 하고 어려운 것으로 가야한다는 과거의 가설도 변화됐다”며 “정상간 톱-다운 방식을 통해 어려운 것부터 정면돌파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한ㆍ미 정상이 3번을 만나고 11번 통화했다. 전례 없는 빈번한 접촉”이라며 “한ㆍ미 공조 체제와 동맹 관계는 확고하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대화 상대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는 “역사상 이렇게 긴밀히 만나고 통화한 적이 없을 것이다. 최소한 1주일에 한 두 번은 꼭 통화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간담회 전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면담했지만 구체적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이틀째인 9월19일 밤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를 관람 후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무산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의 답방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남북간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그는 “우리는 북측에 ‘아무 때고 준비되면 오라’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답방 성사를 위해) 우리가 건 조건도 없고 북측이 건 조건도 없다”면서도 메시지를 전달한 방식 등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ㆍ미 정상회담 중 어떤 것이 먼저 열려야 한다는 입장은 없고 순서가 크게 관계가 없다”며 “남북관계 발전과 북ㆍ미 협상이 선순환적으로 서로 도움을 준다는 점에는 한ㆍ미가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ㆍ미 정상회담이 가급적 조기에 열리기를 기대한다. 비건 대표의 공항 성명 등을 보면 양쪽의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있어 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비핵화하고만 연계해서 생각하지 말고 65년간 전쟁 재발의 위험 속에서 살아온 한국인에게도 필요하다는 차원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