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잡으려 입주자 '부담' 늘리는 3기 신도시 전략 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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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정부가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3기 신도시 택지지구로 남양주, 하남, 인천계양, 과천 등 4곳을 선정해했다. [뉴스1]

19일 오전 정부가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3기 신도시 택지지구로 남양주, 하남, 인천계양, 과천 등 4곳을 선정해했다. [뉴스1]

늘어나는 광역교통시설부담금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꺼내 든 수도권 3기 신도시의 성패는 교통이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도시 예정지와 서울 외곽과의 평균 거리가 2㎞라고 하지만, 서울 도심으로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서울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을 늘려 교통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부담금은 한국토지주택(LH)공사가 매각하는 토지나, 건설사가 분양하는 아파트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분양가만 오르고 교통 인프라는 부족한 위례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의 전철을 밟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경기도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과천, 인천 계양에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15년 만의 신도시 카드로 네 곳 합쳐 총 12만2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교통망이 완비된 신도시를 공급, 정책효과를 거두려 한다면서 교통과 관련한 사업비를 2기 신도시의 2배 이상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광역교통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 신도시를 공급하다 보니 실제 주택가격을 잡는 데 도움이 안 됐다는 평가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자들이 부담하는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이 더 늘어날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GTX 열차 이미지. [중앙포토]

GTX 열차 이미지. [중앙포토]

GTX 개통 없이 입주 시작된다면

문제는 입주민들이 광역교통부담금을 내고도 약속된 교통 인프라를 누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6만6000가구의 매머드급 신도시로 계획된 남양주 왕숙지구는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풍양역 신설이 주요 교통대책에 포함됐다. 하지만 6조원 가까운 사업비가 드는 GTX B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도 끝나지 않았다. 예타 조사에서는 경제성 여부를 따진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예타 면제가 논의되고 있는데 섣불리 추진했다가 자칫 ‘적자 철도’가 될 수 있다”며 “과도한 이용요금 인상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과천의 핵심 교통대책도 GTX(C노선)다. 그나마 하남 교산지구는 GTX보다는 수월한 지하철 연장이다. 신도시 입주는 2023년(예상)부터지만 GTX B·C노선의 개통은 확실치 않다.

‘선 입주 후 개통’의 문제점은 2기 신도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파주 운정, 송파·성남·하남 위례, 화성 동탄2 등 10곳의 입주민 등은 17조8063억원의 광역교통부담금(한국당 홍철호 의원실 자료)을 분양가 등에 포함해 냈다. 이들 신도시에 세워진 광역교통개선대책 전체 사업비(31조3900억원)의 절반을 넘는 56.7%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주민 1명당 평균 1200만원씩이다. 하지만 약속한 전철이나 도로는 대부분 개통하지 않았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부담금 냈지만 여전한 출퇴근 지옥"

위례신도시는 2013년 12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위례신사선(위례~신사역)은 아직도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지난 10월에야 민자 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는 데 간신히 그쳤다. 화성 동탄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동탄에서 서울 강남 수서를 잇는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진작에 다녀야 했지만 오는 2021년 개통(계획)으로 밀렸다. 이웃한 동탄2신도시를 관통할 트램은 기약조차 없다. 동탄신도시 주민 김모(41)씨는 “출·퇴근 시간대 서울~동탄을 오가는 버스정류장은 말 그대로 북새통”이라며 “왕복 길에서만 하루 4시간 가까이 허비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GTX B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A·C)은 예타 절차를 마친 상태”라며 “조기에 착공해 완공하는 것으로 노력할 것이다. 노선 B는 인천시에서 예타 면제사업으로 신청한 상태다”고 말했다.

남양주·하남=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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