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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쑥] 기말고사 코앞인데 월드컵 때문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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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교 교실에서 조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점심 시간이 다 끝나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축구에 열중하는 아이들 때문에 교사들이 운동장에 나가 소리를 질러야 하는 일도 벌어진단다. "한국 팀이 경기하는 날 휴교하면 안 돼요"라고 묻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고교생이라고 월드컵 열풍에서 예외일 순 없다. 멀게는 수능 시험, 가깝게는 코앞에 기말고사가 걸린다. 대부분의 고교가 월드컵 기간 중인 6월 말부터 7월 초에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대입에서 내신이 강화된 탓에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 리듬을 유지할지 또 가족들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서초고 윤기봉(사진(左)) 교무부장과 한영외고 노연서(사진(右)) 교사가 만나 얘기를 나눴다.

▶노연서 교사=학교에서도 낮에 (졸다가) 뒤로 넘어가는 학생이 많다. 수업 중에 보면 어느 학생이 축구 경기를 보고 왔는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윤기봉 교사=그렇다. 월드컵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도 많더라. 시험을 뒤로 미뤘으면 좋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노=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현상일 수 있다. 요즘 사회 분위기에선 애국심을 표출할 계기가 없었다. 함께 응원하면서 민족의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못 보게 할 수도 없다. 세계적인 분위기이기도 하니까. 아무래도 시험이 끼어있고 공부 흐름과 생활 리듬이 깨질 수 있어 걱정이다.

▶윤=프랑스.스위스전 두 경기는 오전 네 시에 열리다 보니…. 아이들은 우리 경기만은 꼭 보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딱 세 경기만 볼 것 같지도 않다. (월드컵 기간이) 무려 한 달인데 굉장히 긴 시간이다. 부모님께서 아이의 수면 시간은 물론 영양 관리도 잘 해줘야 한다.

▶노=당면 문제는 기말고사다. 시험 전에 중요한 경기가 세 개나 있다. 수업에 지장을 받고 공부도 많이 못 할 것이다. 결국 시험 때 임박해 공부한다고 밤샘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거다. 아예 한 달치 학업계획서를 미리 작성하면 어떨까. 학업계획서에 월드컵 일정도 포함하도록 말이다. 일정표를 보면서 몇 경기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보겠다고 구체적으로 세우는 게 좋겠다. 인터넷으로 월드컵 뉴스를 챙길 텐데 그것도 하루 몇 시부터 몇 분간 한다는 식으로 정하자. 그외 시간엔 무엇을 공부할지 구체적인 과목까지 계획을 세우자. 이런 경험은 스스로 훈련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부모님께서는 아이들이 실천하고 돌아보고 반성하는 기간을 함께했으면 좋겠다.

▶윤=기말고사 시간표가 보통 시험 보름 전쯤 나간다. 그걸 토대로 학업 계획을 세우는 게 좋겠다. 어느 수업이건 시험이 임박해질수록 더 중요해진다. 내신과 관련해 더욱 그렇다. 학생들의 밤낮이 바뀔 가능성이 커 학교에서 많이 졸 수 있다. 그런 만큼 수업에서 중요한 걸 놓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런 점에서 경각심을 갖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노=아이들이 새벽 경기를 보겠다면 일찍 자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 경기를 보면서 탄산음료를 마신다거나 스낵류를 먹기 쉬운데 과일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윤=무엇보다 학생들에겐 평상시 생활 모습에 월드컵이 끼어들었을 뿐이란 생각을 하게 해줘야 한다. 평소 하던 걸 최대한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월드컵이 주가 아니라 자기가 가던 길이 주란 생각을 하도록 주변 모두에서 도와줘야 한다.

▶노=심리적인 면도 보듬어 주어야 한다. 축구 순위가 국가경쟁력의 순위가 아닌데 착각해서 흥분할 수도 있다.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졌을 경우 아이들이 허탈해하고 상실감에 빠져 수업을 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스포츠.월드컵은 즐기기 위한 것, 이기면 더 좋겠지만 져도 좋다는 걸, 또 월드컵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걸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얘기해줬으면 한다.

정리=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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