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줄인다는데도 증시 반응 냉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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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저지할 수 없을 것이다.”

파월 의장 금리 인상 기조 변함 없다 재확인 #경제 성장률 둔화 전망에 흔들리는 미 증시 #달러, 금,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 강해질 전망

1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내 갈 길은 간다’다.

이날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예고했던 대로 정책금리를 연 2.0~2.25%에서 2.25~2.50%로 0.25%포인트 올렸다. 회견에서 파월 Fed 의장은 내년 정책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3회에서 2회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긴축 기조 자체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조기 금리 인상 중단’ 선언 같은 시장의 기대를 일찌감치 차단했다.

미 증시는 실망감에 등을 돌렸다. 이날 다우산업(-1.49%), 나스닥종합(-2.17%), S&P500(-1.54%) 등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 증시도 덩달아 얼어붙었다.

2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8.72포인트(0.90%) 하락한 2060.12에 마감했다. 오전 한 때 미국발(發) 충격으로 1%대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충격은 조금 잦아들었다. 코스닥 지수는 하루 전과 비교해 3.95포인트(0.59%) 하락한 668.13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미국은 물론 한국 증시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하인환 SK선물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며 “수많은 투자자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주식시장 부진의 원인으로 Fed, 특히 파월 의장을 탓했고 그들의 바람대로 Fed는 인상 횟수를 조절했음에도 미 주요 주가지수는 하락했다. 또 증시 하락보다 더 중요한 지표인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0.25%포인트 인상 결정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다. [뉴스1]

20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0.25%포인트 인상 결정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다. [뉴스1]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보다 강한 금리 인상 경로 후퇴 신호를 원했던 금융시장의 실망감” 때문이라고 짚었다. 최 연구원은 “우선 현 미국 경기 상황에 대한 Fed의 평가에서 바뀐 문구는 거의 없었다”며 “향후 적절한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견해 역시 금융시장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미세한 변화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이를 두고 최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 ‘금리 인상 조기 종료’ 기대가 높아지는 것을 차단하고자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Fed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하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추가로 필요 없다고 밝힌 점, 일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힌 점 등에 시장은 실망했다”고 평가했다.

증시 반응이 싸늘한 이유는 또 있다. 세계 증시 흐름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경기 상황에 대한 파월 의장의 진단 때문이다. 하인환 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Fed의 미국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과 파월 의장이 한 향후 성장률이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 발언”이라며 “(금리 인상 횟수 조정으로) 유동성 문제는 다소 완화됐지만 더욱 중요한 요소인 실적(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셈이다. 국내 증시는 단기적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정책금리 인상 결정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전문가는 미국 달러, 금, 채권 같은 안잔자산 선호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정책금리 인상 결정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전문가는 미국 달러, 금, 채권 같은 안잔자산 선호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산타 랠리(연말 주가 상승)’는커녕 미국발(發) 변수로 한국 증시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

그동안 신흥국 시장이 출렁일 때도 ‘나 홀로 호황’을 누렸던 미국 금융시장까지 위험권에 들었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이후부터 신흥국 경기, 무역 분쟁의 여파가 국지적인 수준을 넘어 미국 기업의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확대되고 있다”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미국은 괜찮다’는 식의 일방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세계 경기 우려에 따른 증시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면서 “예상보다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계 심리가 강하고 시장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어 “문제는 내년 하반기”라며 “시장에선 경기 둔화 또는 약화에 초점을 맞춰지면서 달러, 금, 채권 같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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