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연타로 얻어맞은 퉁멍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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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6강전> ●신민준 9단 ○퉁멍청 6단 

6보(90~113)=하변이 마무리되자 신민준은 91로 우변 한가운데를 향해 풍덩 뛰어들었다. 91은 흑백 모두에게 반상 최대의 자리. 만약 백이 먼저 이곳을 차지했다면 우변은 자연스레 백의 영토로 굳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흑의 손이 먼저 그곳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적진을 파고든 침입자는 91~95로 발 빠르게 모양을 정비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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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긴급한 상황에서 우직하게 이어놓은 퉁멍청의 96이 아쉬운 수였다. '참고도' 백1~7로 가볍게 처리하고 큰 자리를 먼저 차지했더라면 백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선 백의 무거운 행마 덕분에 흑이 97~101로 탄탄하게 자세를 잡아버렸다. 분명 백에도 기회가 다시 찾아왔건만, 퉁멍청은 금쪽같은 기회를 눈앞에서 날려버리고 말았다.

뒤이어 신민준이 선보인 105도 통쾌한 자리. 백의 약점을 이용해 선수(先手)로 백 한 점을 잡고 나니, 원래 백의 세력권이었던 곳에 제법 그럴듯한 흑집이 차려졌다. 그다음 신민준이 차지한 113도 반상 최대의 자리. 상변 흑집의 뒷문을 닫으면서 두텁게 실리를 챙기는 자리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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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반상 최대의 자리를 몇 군데나 상대에게 빼앗긴 퉁멍청은 어질어질하다. 이렇게 되어서는 흑의 우세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생긴 신민준이 상체를 바짝 당겨 의욕적으로 수읽기에 몰입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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