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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스토리] 지방은 정말 우리 몸의 적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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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을 위한 식습관은 다양한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다. 어떤 것은 좋은 음식, 어떤 것은 나쁜 음식이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나쁜 식품이 있다면 그 식품은 이미 식생활의 경험에 의해 식단에서 퇴출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식품이든지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섭취하는 식품의 양이 문제이지 식품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양에 상관없이 그냥 오해와 미움을 받고 있는 영양소가 있다. 바로 지방질이다.

기고 #윤석후 #우석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초빙교수

 지방질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바로 섭취하는 지방질이 비만과 만성질환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지방질이 탄수화물·단백질보다 단위 무게당 약 2.2배의 열량을 갖고 있어 비롯된 오해인데, 이는 명백한 과학적 오류다. 비만의 원인은 섭취하는 지방질이 아닌 몸에 쌓인 중성지방질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섭취한 영양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남은 잉여분을 중성지방질의 형태로 변환해 저장한다. 지방질뿐 아니라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했을 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과학적 사실은 지방질 섭취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탄수화물·단백질 등 식품의 과다 섭취가 근본적 원인인 것이다. 지방질은 우리 몸에 필수 지방산을 공급하고, 지용성 비타민을 공급하며, 무엇보다도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막의 주성분으로 반드시 섭취해야 할 필수 영양소이다.

 또 하나 대표적인 오해는 포화지방산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식용유지의 양은 최근 95만t으로 추정되는데, 팜기름·카놀라기름·콩기름 등이 주요 유지이다. 유지의 주성분은(약 95% 이상) 지방질이며, 지방질의 주성분인 중성지방질의 성질을 특징짓는 것이 이를 구성하는 지방산이다. 지방산은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으로 나뉘는데, 과거 포화지방산이 동맥경화나 심혈관질환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려져왔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통계 분석에 따라 포화지방산은 심장질환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고 다수 보고되고 있다. 오히려 세포막의 구조를 유지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제과·제빵 등 다양한 식품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 같은 지방산 종류 내에서도 지방산별로 각기 다른 이화학적·생리학적 성질을 갖고 있다. 포화지방산 중에 독특한 생리적 기능성을 갖는 것도 있는데, 탄소수가 6~12개인 중쇄지방산이 그것이다. 중쇄지방산은 간에서 바로 에너지원으로 사용돼 대사가 빨라 회복을 요하는 환자식에 사용되고 있으며 중성지방질로 축적되지 않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인데, 야자기름(코코넛오일)·팜핵기름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심장질환과 관련해서는 포화지방이 아닌 트랜스지방에 주목해야 한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식물성유지를 마가린 등 포화지방산으로 만들기 위해 부분적 수소첨가공정(부분경화공정) 시에 생성되며 인체에 유해하다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지난 6월부터 부분적 수소첨가유지를 식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트랜스 지방산이 없는 안전한 유지만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제품에는 트랜스지방 함유 표시가 법적 의무로 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더욱 안심할 수 있다.

 유지영양학 연구에 의하면 이상적인 지방산의 섭취 비율은 포화지방산·단일불포화지방산·고도불포화지방산이 1:1:1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식용유지의 총량과 지방산 조성을 대입해 비율을 계산하면 대략 1:1:1로 계산되는데, 이는 어느 특정 유지만을 집중적으로 먹지 않고 골고루 먹는다면 이상적인 비율로 지방질을 섭취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유지를 전공하는 필자는 오랫동안 어느 기름이 몸에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모든 기름은 다 좋다. 조리 목적에 따라 다양한 기름을 사서 적당량을 먹어라”이다. 식용유지는 그 종류도 많고 용도가 다양하니 그때그때 필요한 기름을 적당량 사용하면 문제없이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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