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참변에 '인재' 가능성 제기되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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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릉시 경포의 아라레이크 펜션 사고현장에서 18일 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릉시 경포의 아라레이크 펜션 사고현장에서 18일 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시험을 마친 고3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진 참변이 발생했다. 학생들이 묶었던 강원 강릉 펜션 보일러 배관이 어긋나 있고 가스누출 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인재(人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사고 현장을 감식하는 과정에서 1.5m 높이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가스보일러 배관과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 있었다"며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설 설치 기준을 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육안상으로는 가스누출 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언급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한 주민은 "들 것으로 119구급차 등에 실려 나가는 상당수 학생이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일산화탄소 중독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됐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12분쯤 강릉시 경포의 한 펜션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서울 대성고 남학생 10명이 단체숙박 중 의식을 잃고 있는 것을 업주 등이 발견했다. 이들 가운데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펜션 내부에서 측정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ppm으로, 정상 수치의 8배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에서 측정한 환자들의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25∼45%이었다. 정상은 3% 미만이며 흡연 시 5% 정도로 흡연 때보다도 5∼9배가량 높았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연료가 연소할 때 불완전 연소로 발생한다. 무색·무취로 사람이 인지할 수 없으며 소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이다. 사람 폐로 들어가면 혈액에 있는 헤모글로빈(혈액소)과 급격히 반응하면서 산소 순환을 방해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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