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파트 ‘적폐’ 몰더니…"청와대가 모든 정보 독점하게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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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윤근 주러시아대사가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러시아로 출국하고 있다. 김태우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관련 비위첩보를 해서 본인이 부당하게 쫓겨났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1]

우윤근 주러시아대사가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러시아로 출국하고 있다. 김태우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관련 비위첩보를 해서 본인이 부당하게 쫓겨났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1]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연일 폭로로 특감반의 광범위한 정보수집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불법 감찰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정보파트를 대폭 축소했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특감반의 영향력이 비대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수사관은 일부 언론을 통해 특감반이 지난해 말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전직 총리의 아들 및 노무현 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들의 암호화폐 투자 정보를 모아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인 공항철도의 감찰 지시와 쓰레기 대란 사태 관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표적 감찰을 벌였다고도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은 현직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단체의 장 및 임원, 대통령 친·인척 등에 한정해 비리 관련 감찰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인력·자금을 지닌 국정원을 깨끗이 놓아버린 정부다. 그래놓고 10명도 채 안 되는 특감반원들을 데리고 민간인 사찰을 한다는 게 납득이 되는지 상식으로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또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정보기관 등의 불법 사찰과 정보 수집 등을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문에 이전 정부에서 벌어졌던 민간인 사찰 의혹 혐의를 받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투신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세월호 유족 불법 사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이 작성해 청와대로 보고한 이른바 '영포빌딩 문건'에 대한 수사 역시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보기관의 권한도 대폭 축소됐다. 국정원은 국내정보 업무를 폐지했다. 검찰은 문무일 총장 취임 이후 광범위한 정보수집을 하던 범죄정보담당관실을 폐지하고 수사 정보만 수집하는 수사정보과로 축소 개편했다. 전국 곳곳에 세포망을 지닌 경찰도 정치적 중립을 위해 국회·정당을 상시출입하는 국회 정보관을 폐지했다. 군 기무사는 해체되고 대신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창설됐다.

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인사는 "과거엔 정보기관에서 올라온 정보가 있기 때문에 민정수석실에선 고급 정보만 추려내 집중할 수 있었다"며 "하위기관의 (정보)보고가 사라지다 보니 특감반이 오히려 막대한 정보를 담당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기관 출신의 한 인사는 "정보 수집 활동에 문제가 있다면 환부만 도려냈어야 한다"며 "정보기관의 축소로 인해 청와대가 모든 정보를 독점하게 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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