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절상·임금 올라 수출에 "먹구름" |2·4분기 경제 부문별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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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연초부터 시작된 우리 경제의 향방에 대한 우려가 2·4분기에 접어들어서도 가시지 않고 있다.
과연 우리경제에 적신호가 떠올랐는지, 적신호가 켜졌으면 어느 부문이며 방책은 무엇인지를 모두가 궁금해하는 상황이다.
최근의 경제동향을 경기·수출입·노사분규·통화·물가 등 각 부문별로 점검해본다.

<전반적 조정·축소국면에·경기>
2·4분기의 경기는 1·4분기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조사기관마다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각 기관들이 예측한 2·4분기 경기전망을 보면 일반광공업업체를 대상으로 한 산은·상의조사는 호전전망을 내놓고있는 반면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한 무협조사는 훨씬 비관적이어서 수출둔화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기획원의 기업실사지수조사 결과를 보면 2·4분기 경기는 93·8(1·4분기 92·0)로 국내경기가 전반적인 조정·축소국면에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 <표 참조>
문제는 경기지표의 하향추세로 이중에서도 산업생산은 1, 2월에도 저조했던 데다 3월도 수출부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증가율 둔화현상은 여전하며, 4월도 노사분규에 대한 예측불허로 지표가 어느 방향을 가리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환율의 내수촉진 책의 필요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있다. KDI도 이점과 관련해 최근 3월에도 수출이 부진할 경우 경기부양,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내수 진작 책의 강구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해 이후 부동산투기·물가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경기 진작 책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안정기조를 흔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 동기 비 수출9·3%증가>
금년 들어 수출증가율이 한자리 숫자로 뚝 떨어졌다.
상공부가 잠정 집계한 1·4분기 수출실적 (통관기준)은 1백40억7천만 달러로 작년 동기대비 9·8%증가에 그친 반면 수입은 1백30억7천6백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9·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도 9천4백만 달러에 그쳐 88년 같은 기간의 13억5천3백만 달러에 비하면 1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게다가 3월중 수출신용장 내도액 증가율이 2·7%에 그쳐 2·4분기의 수출부진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수출부진이 일시적·계절적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되고있다고 보이는 점이다.
87년 이후 현재까지 26·4%에 이르는 급속한 원 화 절상, 생산성향상을 크게 앞지르는 임금상승 등 구조적 수출경쟁력 약화요인에다 연초부터 불기 시작한 노사분규로 6억4천만달러의 수출차질을 빚어 설상가상의 형상이다.
관계당국은 축소키로 했던 무역금융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원 화의 급속한 상승을 억제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미 수출물량이나 원화 기준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있는 현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4∼5월에 분규 더욱 늘 듯·노사분규>
6 . 29이후 2년간에 걸친 경험으로 합리적인 노사교섭 관행이 정착되리라는 당초예상과는 달리 올 들어 노사분규는 더 확산되는 추세다.
3월말현재 노사분규 발생건수는 3백22건으로 지난해의 2백24건에 비해 43·7%가 늘었고 4∼5월 본격적인 임금협상시기에 가면 분규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교섭이 타결된 업체도 5일 현재 평균임금 인상률이 15·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인상률(11·3%)을 크게 웃도는 추세를 보여 임금상승→물가상승의 악순환에 수출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 등 적지 않은 문제를 제기해주고 있다.
기업측면에서 보면 임금상승과 원화 절상은 같은 효과를 지녀 정책적으로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해도 그것만으로는 국제경쟁력을 만회하기가 어려운 실정인 만큼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수출 경기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긴축통화정책 유지 중요·통화>
1월중 20·1%에 달했던 총 통화증가율이 2월에는 19·1%로, 3월에는 다시 18%에서 안정됨으로써 통화고삐는 일단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1·4분기 전체 총 통화증가율은 19%를 넘어 19·06%에 달하고 있고 특히 이 같은 증가율이 작년 1·4분기중의 높은 통화증가율 (19·46%)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올 들어 공급된 통화량은 역시 지나치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이 같은 점에 비추어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과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시주변의 대기성자금이 3일 현재 고객예탁금 2조6천억 원을 포함, 5조5천 억 원을 넘어섰고 최근 다소 누그러져 가고 있는 부동산열기도 언제 다시 불붙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가지 고려할 점은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통화공급을 원활히 해야 한다는 업계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경기둔화는 수출 쪽의 얘기고 내수시장은 활황을 보이고 있으며, 인플레기대심리가 여전히 높은 현시점에서 통화공급을 늘려 경기부양책을 쓸 경우 기대한 효과보다는 자칫 스태그플레이션 (물가오름세 속의 경기둔화) 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표는 제자리에 머물러·물가>
3월말현재 소비자물가 1·2%(전년 말 비) 상승에 도매물가는 제자리에 머물러 지표 상으로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3·6%,도매물가 1%상승) 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연초이후 아파트분양가 현실화논의에 따른 부동산가격상승 등에서 보듯이 인플레기대심리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고 올 들어서는 학원비·외식비·기타 노임 등 개인서비스요금이 크게 올라 물가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개인서비스는 인건비의 원가비중이 높기 때문에 임금상승이 그대로 가격에 전가돼 가장 큰 물가불안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경기하강추세와 관련해 경기진작 책의 대두도 물가측면에서는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안정기조 속에 적정성장이 아닌 경기관리 우선의 정책이 선택될 경우, 이는 곧바로 인플레 속의 높은 성장으로 나타나 물가는 올해 경제운용에 가장 큰 희생물이 될 여지도,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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