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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현역 21명 탈락에도 잠잠…총선 출마 열려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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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 발표 이튿날인 16일 자유한국당은 예상 외로 잠잠했다. 한국당 조강특위(위원장 김용태)는 현역의원 21명을 당협위원장에서 배제하겠다고 하루 전인 15일 밝혔다. 당협위원장은 선거구별로 구성된 당원협의회의 책임자다. 기초·광역선거 후보자 추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총선 공천심사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 현역의원들도 중요하게 여기는 직위다.

잔류파 12, 복당파 9 큰 차이 없고 #김무성 등 6명 이미 불출마 선언 #공천 배제는 아니어서 구제 기대 #원유철·윤상현 “당 결정 수용할 것”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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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협위원장 가운데 현역의원 21명을 물갈이하는 건 한국당 역사상 전례가 드물다.  지난해 12월 홍준표 대표 체제 때는 62명의 당협위원장이 교체돼 ‘학살’이란 표현까지 등장했지만 포함된 현역의원은 4명(서청원·유기준·배덕광·엄용수)뿐이었다. 당초 10명 안팎이 될 거라던 당 안팎의 예측도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해당 당사자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다. “전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불공정하게 자격을 박탈당했다. 표적심사로 납득하기 어렵다”(곽상도 의원. 16일)는 성명이 사실상 공개적인 반발의 전부다.

오히려 일부 의원들은 ‘이번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원유철 의원은 16일 “선당 후사의 심정으로 당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반발이 예상됐던 친박계 윤상현 의원 역시 “당 분열, 대통령 구속, 대선 참패에 저도 책임이 있는 만큼 기꺼이 책임지겠다. 변명할 생각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처럼 당내 반발이 예상보다 적은 상황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주도권을 잡았던 ‘복당파’ 의원이 교체 명단에 9명(잔류파는 12명)이나 이름을 올린 걸 꼽는 이가 많다. 예상보다 복당파 의원들의 교체 폭이 커 친박계를 포함한 잔류파 의원들이 반발할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교체 명단에 이미 불출마 선언을 했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이들을 다수 포함한 점 역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교체 대상 의원 21명 가운데 6명(김무성·황영철·윤상직·김정훈·이군현·정종섭)은 이미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재판이 진행 중인 의원도 5명(최경환·이우현·이완영·홍일표·엄용수)이다. 4명(원유철·권성동·홍문종·김재원)은 1심 무죄를 받았거나 선고 전이지만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 15명을 제외하면 ‘온전한 물갈이 대상’은 6명(김용태·홍문표·윤상현·이종구·이은재·곽상도)에 그친다.

또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에 올라도 21대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는 건 아니기 때문에 몸을 낮추고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기다리는 이들 역시 있을 거란 분석도 있다.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뽑힌 뒤 총선이 다가오면 일부가 구제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거다. 실제 나경원 원내대표는 15일 “의정활동을 통해 성과를 내실 경우 21대 공천에선 충분히 그 부분으로 가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잠잠해도 이번 쇄신안이 분쟁의 씨앗을 남겼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개별 교체 대상 의원의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걸 두고 말이 많다. 당의 한 잔류파 의원은 “기준에 해당돼야 할 사람인데 빠진 경우도 있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앞으로 잡음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강특위의 한 외부위원은 “교체 대상 의원의 명예를 일차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교체 명단 21명을 분류해 보면 지역별로 영남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수도권(8명), 강원(2명), 충청(1명) 순이었다. 선수로는 3선 의원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4선·초선은 각각 4명, 재선은 3명이었다. 5선 이상 의원 가운데는 김무성·원유철 등 2명이 교체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영익·성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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