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문화의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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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가 주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마티네(matinee)란 프랑스어 마탱(matin,아침)에서 나온 말로 음악회.연극 등의 오전 상연을 뜻한다. 지난 4월부터 매달 1회 오전 11시 열리는 콘서트는 친구 및 이웃들 사이 유익한 만남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분당 이매동의 한 40대 주부는 "여고 동창들과 음악회 감상 후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회포를 푸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 콘서트를 자사 브랜드인 래미안 아파트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콘서트홀의 980 좌석 중 500~600석을 구입해 삼성 래미안 아파트 주부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문화마케팅'에 마티네 콘서트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 조희경 차장은 "주부들의 다양한 감성적 욕구를 반영하고 잠재고객에 대한 홍보효과를 기대해 시행하고 있다"며 "현재 강남권 및 수도권 남부의 래미안 주민을 대상으로 신청받고 있는데 경쟁률이 5대 1을 넘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총 8회 진행되는 성남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의 입장권(2만원)을 이미 60%가량 선점해 놓은 상태다.

요즘 여러 기업들이 문화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예술공연 관람기회를 고객에게 제공, 기업 이미지를 높여 재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GS그룹은 역삼동 GS타워에서 매주 수요일 점심과 퇴근시간에 재즈 연주 등과 함께 경품을 주는 '열린 무대'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주부 대상으로 '휘센 합창 페스티벌'을 3회째 열고 있다. 한화그룹은 장교동 본사 주변에서 수.금요일 '정오 음악회'를 연다.

성남아트센터 마티네 공연은 계절에 맞는 선곡이 특징이다. 지난달 11일 공연은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으로 시작됐다. 이어 소프라노 김수정씨가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중 줄리엣이 부르는 '아! 나는 이 꿈속에 살고 싶어라'를 불렀다.

주부 김혜경(51.용인 죽전)씨는 "20여년 전 결혼식을 떠올리며 봄 기운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해설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클래식 애호가인 박종호씨가 맡았다.

성남문화재단 김승배 공연기획부장은 "각 프로그램은 공연이 열리는 계절에 어울리는 주옥같은 클래식으로 꾸몄다"며 "지인들과 커피 한잔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5일엔 '금난새와 함께 떠나는 음악여행-러시아 편'이 공연된다. 금 씨가 1998년 창단한 유라시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e단조' 를 연주한다. 그는 재치있는 언변과 독특한 공연 내용으로 클래식을 청중 가까이 다가가도록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공연은 1시간 30분. 샌드위치 및 음료 등 간식이 제공된다. 031-783-8000.

▶마티네 연주예정 주요곡
= 7월 20일 주페 '경기병 서곡', 쇼스타코비치 '로망스'/ 9월 21일 스메타나 '몰다우', 브람스 '헝가리무곡 1번'/ 10월 19일 시벨리우스 '슬픈 왈츠', 브람스 '교향곡 1번' / 11월 16일 '금난새와 떠나는 음악여행-독일편'/ 12월 21일 베버 '마탄의 사수'서곡,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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