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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28국 중 8위 '불명예'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심각하다. 지난 5월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은 '2005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현황조사 보고서'를 통해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46%라고 발표했다. 이는 총 9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2004년과 비교하면 동일한 수치이나 피해액은 2004년에 비해 1억 달러 감소한 4억 달러다. 국내 불법복제율 46%는 세계 평균 35%에서 10%나 웃도는 것으로, 조사대상 OECD 28개국 중 멕시코(65%), 터키(65%), 그리스(64%), 폴란드(58%), 이탈리아(53%), 프랑스(47%), 슬로바키아(47%) 등에 이어 8번째로 높은 수치다. 피해액 기준으로는 전체 97개국 중 15번째로 높다.

김은현 BSA 한국 의장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IDC 소프트웨어 경제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10% 낮아질 경우 2조 9천억 원의 GDP 증가 효과는 물론, 1만8000여 개의 고소득 일자리 창출과 8870억원 규모의 조세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인식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 및 교육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우리는 소프트웨어 정품 가족

인터넷 서핑이 컴퓨터 활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느 주부와는 달리 반포에 거주하는 김정희(38)주부의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저는 엑셀이나 파워포인트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지는 못해요. 그래서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불법복사한 소프트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것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김 씨는 일찌감치 아이들에게 정품 사용에 대한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음악이나 영화파일 복사금지에 대한 얘기는 뉴스 등을 통해서도 공공연하게 나오는데 왜 소프트웨어 복사에 대해서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묵인되는지 모르겠어요. 같은 불법행위 아닌가요?" 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중학생 아들 주윤(16)은 "예전에 불법소프트웨어에 대해 엄마랑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많은 사람 중 나 한명쯤 하면 어때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 엄마가 그러셨어요. 나하나쯤 어때 하고 쓰레기 버리면 환경오염이 파괴되고 쓰레기 천지인 지구가 될꺼라구요"며 친구들에게도 계속 정품사용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아들 주환(12)이는 요즘 파워포인트로 가족신문 만들기에 한창이다. 학교 수업시간에 조를 이루어 역사신문 만들기를 해 본 후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환이네 가족신문'을 만들곤 한다. 5월에는 역사 속 인물인 문익점과의 가상인터뷰로 신문을 만들었다.

김 씨는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보는 시간보다 파워포인트나 워드 프로세서와 같은 소프트웨어에 재미를 붙여 하나씩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창의력과 표현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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