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기재부 요청으로 2개월 단기 일자리 만들어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광주지방법원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원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0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광주지방법원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원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이 기획재정부의 요청으로 전국 법원에 한시적 인력 채용을 권하는 e메일을 보내 371명의 단기 근로자를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엔 법원 내 청소나 안내를 맡는 '청사환경개선' 명목의 일자리도 있다.

 13일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 10월 각급 법원에 e메일을 보내 “기획재정부의 단기일자리 사업에 따라 관련 사업 예비비를 배정받을 예정이니 2개월 한시 인력을 채용하라”고 요청했다. 이후 단기 일자리 사업에 비판여론이 나오면서 잠시 주춤했다가 지난 11월 중순부터 이달 20일까지 1개월 가량 근무하는 한시 인력을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각급 법원 등에선 모두 371명의 단기 근로자를 채용했다. 단기일자리의 월급여는 176만9750원이다. 채용 현황은 서울회생법원 60명·대구지방법원 44명·서울서부지법 42명 순이었다. 회생법원은 전자기록화 업무를 위해 필요한 인력을 채용했지만, 대구지법·서울서부지법 등 대부분은 ‘청사환경개선’을 채용 이유로 들었다.

 오신환 의원은 “대법원이 전례도 없는 방식을 통해 사실상 행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는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사법부의 신뢰회복은 행정부 정책에 대한 동조가 아닌 오직 공정하고 올바른 재판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기획재정부에서 법원행정처에 일자리 예산이 필요한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그동안 ‘일용임금’ 예산 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한 여러 업무를 관련 예산을 갖고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각급 법원에 필요한 일과 소요 예산을 조사해 제출하도록 e메일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일자리 쇼크가 닥치자 급히 예산을 풀어 단기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일자리는 고용난 해소의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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