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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목사 언제 어디로 올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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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익환씨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돌아올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다. 문씨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북한과 그가 선택할 시기와 방법은 우리의 대응수단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문씨의 귀환시기에 관해서는 그의 모친 생일(5일) 직전인 3,4일 설과 7일 개막되는 북한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한 후인 8,9일 세, 여권만기일(14일) 직전인 10∼13일 세, 김일성 생일인 15일 이후설 등 4가지가 있다.
3, 4일께 돌아오리라고 보는 사람은 이미 그가 김일성을 만났고 방북활동이 대남 선전에 미칠 수 있는 효과는 대체로 달성됐기 때문에 굳이 시간을 오래 끌어 관심을 희석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첫째 이유로 꼽고 있다.
또 그의 방북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다수 국민들에게 95세인 노모의 생일에 맞춰 「효행」을 함으로써 거부감을 얼마간 줄이는 효과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문씨에게 향후 한국의 정국에 미칠 영향, 그리고 중장기 책략을 충분히 숙지시키고 동의를 구하는데는 최소한 20여 일이 필요한 점을 들어 4월 중순 설을 점치고 있다.
이밖에 문씨가 이미 한국의 실정법 같은 것은 아랑곳 않고 행동했기 때문에 여권만기일 같은 것은 아예 고려하지 않고 북한 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와 북한에 관한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한달 이상 본인이 필요한 만큼 체류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3,4일께 올 것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고있는 인상이며 시기보다는 방법을 더 중시하고 있다.
정부관계자들은 문씨가 판문점을 통과하는 방안과 동경 등 제3국을 통해 들어올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있다.
그가 판문점통과를 강행할 것으로 보는 것은 우선 북한이나 문씨 모두 그 방법이 그들 나름의 명분이나 선전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현재 조통 등 그들의 전위단체 성명이나 언론보도를 통해 문씨의 입북에 무척 고무되어 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북한은 심지어 문씨가 돌아오면 즉각 체포 구속하겠다는 한국정부의 방침을 비난하고 있으며 재야세력이 한국정부의 탄압에 저항해 싸울 것을 공공연히 선동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문씨가 한국군이 아닌 유엔군의 관할 아래 있는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체포되는 장면이 해외언론이나 한국내 북한동조세력에 부각되는 것은 반미·반정부를 위해 훌륭한 선전장이 될 것이란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이 굳이 판문점을 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정부 내에는 더 유력하다.
왜냐하면 북한은 이미 판문점을 분단상징으로 부각시키는데 충분한 성과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판문점을 이용할 경우 우리측의 대응여하에 따라서는 효과가 반감될 수 있고 군사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부담이 있는 데다 도착 즉시 입도 못 열고 바로 잡혀갈 판문점보다는 실컷 할 소리를 하고 돌아갈 수 있는 제3국이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 문씨가 우리정부의 방침대로 즉각 체포·구속되면 문씨의 입장표명과 북한의 통일전략메시지 전달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기 때문에 오히려 선전기회를 잃게된다.
물론 문씨가 판문점의 북측지역까지 와서 환송식 등 일종의 쇼를 벌인 후 평양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제3국을 이용하자면 문씨가 북한의 통일전략에 전적인 동감을 표시하고 북한 뜻대로 선전을 해준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문씨가 이견을 보일 소지가 있으면 판문점통과를 강행시켜 문씨를 희생시키고 이를 대남공격선전에 최대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문씨의 판문점통과는 지난 53년7월 휴전과 함께 체결된 군사정전협정위반이라는 장애물이 있다.
정전협정 제1조7항은 군사정전위의 허가 없이는 어떠한 군인이나 사인도 군사분계선을 통과할 수 없게 되어있다.
정부는 이미 문씨의 판문점통과를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남측 관할책임을 맡고 있는 유엔군사령부(UNC)측에 통과저지를 요청해 놓고 있으며 UNC측도 이를 받아들일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약 북측이 군사정전협상을 위반할 경우 협정당사자인 유엔군사령부는 이 같은 사실을 유엔에 보고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 국제 문제화할 수가 있다.
북한과 문씨가 어떤 방법을 택하든 정부는 문씨가 판문점을 통과할 경우에 대비한 준비는 면밀히 하고있다.
정부는 문씨가 판문점의 군사분계선만 넘어 오면 즉각 체포해 승용차 편으로 인근 헬기 장으로 옮겨 데려올 작정이다.
판문점의 공동경비구역은 직경8백m에 불과해 얼마든지 외부와 차단할 수 있고 우리의 사대로 처리할 수 있다.
만의 하나 북측이 공산권매스컴을 동원할 경우 당일 체포·수송작전을 유엔군 측의 협조를 받아 우리의 경찰이 전담케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정부의 이 같은 준비에 UNC측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유엔 사는 남북대화는 한국정부와 북한당국간의 일이므로 한국정부에 협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고 북측이 직통전화나 방송을 통해 송환을 알려오면 이를 한국정부에 전하고 한국측의 거부의사를 북측에 재 통보할 방침이다. 또 당일 유엔사는 공동경비구역에 미군을 일체 없애고 한국인만으로 작전을 수행토록 배려하고 있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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